국제분쟁
敵의 敵은 동지?…美, 35년 앙숙과 손잡나
뉴스종합| 2014-12-04 11:11
공습 영상에 F-4 팬텀기 등장…40여년前 美가 이란에 판매
‘악의축’서 관계변화 가능성…백악관은 “군사협력은 불가”



미국이 지구촌 ‘공공의 적’인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35년간 원수처럼 지내온 ‘악의 축’ 이란과 손을 잡고 있다.

이란은 최근 IS에 대한 공습을 시인했다. 이는 미국 등 국제연합전선에 참가한 것이 아닌 단독 행동으로, 미국도 공식적으로는 이란과의 협력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IS에 대한 연합군의 공습에 이란이 사실상 동참함으로써 1979년 테헤란 미 대사관 인질사태 이후 악화됐던 양국 관계에 핵 협상 진전과 더불어 화해무드가 본격화될 지 주목된다.


서방과 이란의 핵협상이 내년 7월까지 연장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란의 IS 공습은 미국과 이란의 외교 관계 전환과 중동 영향력 변화 등 국제정세에서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이란의 전략 전환, 35년 ‘앙숙관계’의 변화?=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라크 내 IS에 대한 이란의 공습에 대해 ‘긍정적’(positive)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는 “2개월 전부터 이를 멈추기 위한 모멘텀을 갖자는 합의가 있었지만 대쉬(IS)가 여전히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만약 이란이 특정 지역에서 IS에 대한 공습을 했다면 실질적인 효과는 긍정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공개한 공습영상도 의미심장하다. 영상에는 이란 공군 F-4 팬텀기가 등장했다.

F-4는 미 대사관 인질사태 이전인 1960~1970년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시절에 미국이 이란에 판매한 전투기였다.

당시로선 최신예 전투기로 무려 200여대가 이란에 인도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백악관은 이번 공습과 관련, 이란과의 군사협력은 배제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란과의 군사협력 불가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IS 대응에 있어 각국의 협력이 절실한만큼 미국이 국제연합전선에 참가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수니파 국가들과의 관계를 고려, 공개적으론 이란과의 협력을 지지할 수는 없으나 내부적으론 이를 반길 것이란 관측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보낸 비밀 서한이 이를 시사한다.
WSJ은 지난 10월께 오바마 대통령은 하메네이에게 비밀 서한을 보내 IS에 공동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것과는 달리, ‘공동의 적’에 대응하며 이란과 수 차례 비밀서신을 주고받는 밀월관계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이란의 꿍꿍이도 따로 있다. 이슬람 시아파 국가들의 결집을 노리고 그 중심에 이란이 서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 이란-이라크 전쟁과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위축됐던 이란은 연이은 미국-이라크 전쟁과 핵 협상 진전 등으로 시아파 맹주였던 이라크보다 우위에 섰다.

또한 이번 IS 사태를 계기로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을 엮는 시아파 연맹으로의 발전도 가능하다.

공습 이전에도 이란은 이라크에 수호이(Su)-25 전투기를 제공하고 군사고문단을 보내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내전이 한창인 레바논군에 무기를 보냈고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도 지원하고 있다.
레바논 헤즈볼라와 이란의 무장세력 알 쿠드(Al-Qud)군은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어 중동 전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IS 공습 동참한 이란의 전투력은=이란이 공개한 F-4 전투기는 생산된 지 40년 정도 된 노후화된 기체들이다. 제조사인 보잉에 따르면 이 기종은 1979년 이후 생산이 중단됐다. 
<사진>이란 공군(IRIAF)의 F-4E 팬텀기. [사진=위키피디아]


F-22 랩터, A-10 공중공격기, AH-64 아파치 헬리콥터, 무인항공기 등으로 이라크 지상군을 지원할만한 미군의 정밀타격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2개월여 동안 미군의 공습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여러 주장이 나오며 여전히 공습 효과에 대한 의문이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 역시 한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습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공습으로 테러리즘을 끝낼수는 없다. 지형을 잘 알고 대응할 수 있는 지상군이 필수적”이라며 “지난 2개월 동안 국제연합전선이 이끈 공습이 실질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공습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이란이 지상군을 파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그러나 만약 이란이 지상군을 파병하게 될 경우 이를 견제하는 수니파 사우디와 UAE 등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파병을 반대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함께 공동대응군을 보내는 것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결국 이란의 지상군 파병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공습과 기타 군사지원으로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란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집계한 올해 군사력 순위에서 22위에 올라있다.

25위인 사우디보다 높으며 중동지역에선 이집트(13위), 사우디(25위) 정도가 견제세력이다.
전선에 배치된 병력 수는 약 54만5000명, 예비군은 180만 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전차는 2400대,전투용 차량은 1500여대, 야포 2000여문, 다련장로켓포와 자주포 1200여문 등 막강한 지상군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항공 전력은 480기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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