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맹모삼천지교’에 베이징 집값 런던 보다 비싸져
뉴스종합| 2014-12-08 11:48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중국 수도 베이징의 구시가지 후퉁. 한때는 중국의 옛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였지만, 지금은 재개발 아파트로 풍경이 바뀌었다. 과거 작은 침실 2개와 안뜰이 있던 고택 자리에는 PVC벽으로 이뤄진 11개 초소형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아파트 한채 당 면적은 불과 3.7㎡. 3면이 벽인 좁은 공간에 침대 한개가 겨우 들어가 있는 이 아파트 한채 가격은 무려 2억7864만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신축 아파트는 금새 동이 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7일(현지시간) “후퉁 신축 아파트의 1 입방피트 면적 당 가격은 런던 메이페어(고급주택가)에 비길만 하다”면서 “런던 부모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자본의 범람, 야망가 부모, 좋은 공립학교 부족 등이 다 같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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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베이비 붐’ 시기에 출생한 ‘올림픽 세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올해 초등학교 입학 경쟁은 어느해 보다 뜨겁다. 특히 지난 4월 이후 베이징 시 주요 명문 학교들이 통학 거리 이내 지역의 거주민 자녀로 입학생 자격을 제한한 뒤 명문 초등학교 주변 부동산 가격이 뛰고 있다.

일단 주소지가 후퉁이면 베이징 시 1500개 초등학교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치는 시지아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있다. 때문에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소만 후퉁으로 옮기는 편법이 취학전 아동을 둔 중산층 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1주일전에 아내가 출산을 했다고 전한 한 베이징 주민 셴(가명)씨는 텔레그래프에 “3개월째 초소형 아파트를 찾고 있는데, 적당한 것은 금새 팔려나간다”며 “부동산 중개소에서 9㎡ 면적의 아파트가 180만 위안(3억2697만원)에 매물로 나왔다고 연락이 와서 다음날 가봤더니 이미 팔려나가고 없었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소에 1만파운드 예치금을 맡겼다고 한 셴씨는 시지아 초등학교에 대해“좋은 선생과 시설을 갖추고 있고, 그 학교 학생들은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고 학업 의욕도 강한 훌륭한 학생들이다”고 평가하면서, “내 아들도 그 학교에서 교육 받으면, 훗날 성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지아 초등학교 주변에는 고급 차량이 즐비하게 서 있어 ‘럭셔리 카’ 전시장을 방불케한다.

거주 지역 기준으로 초등학교 입학 규정이 바뀌기 전, 국영기업 직원 자녀는 명문 학교에 우선 입학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난 4월까지 베이징의 명문 초등학교에는 공무원, 국영기업 자녀의 입학 신청이 넘쳤다.

규정이 바뀐 뒤로 명문 초등학교 주변 거리에는 집을 급구한다는 광고전단물이 넘쳐나고 있다.

또 다른 명문학교인 푸수 근처에서 영업 중인 한 부동산 중개소는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오르고 있다. 부모들은 대개 아이가 1~3세일 때 집을 구하러 찾아온다. 실제로는 여기 살지 않는다. 자녀에게 대한 기대치가 높은 부모들이다”고 전했다.

부동산 중개인 마오 신핑은 “이제까지 신기록은 5.6㎡에 250만위안(4억5412만원)”이라며 “지난 3년간 부동산 가격이 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에서 두번째로 좋은 초등학교에 원자바오 전 총리의 손녀딸도 다닌다고 하더라. 이 학교 아이들은 해외로 유학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다. 학교는 숙제도 내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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