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주유소에서 기름을 끓이면 어떻게 될까.

일단 보일러를 이용해 기름을 끓이면 부피가 팽창해 같은 용량을 주유해도 더 많은 용량을 넣은 것같이 주유계에 표시된다.

일부 주유소 업자들이 이렇게 기름을 끓여 팔아 부당 이익을 얻기도 했다.

얼마전 보일러로 기름을 끓여 판매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석유사업법 등 위반)로 경북 경산시 진량읍 K주유소 대표 문모(35) 씨와 대구 수성구 사월동 당구벌 대로 B주유소 대표 김모(46) 씨 등 5명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9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가열된 경유가 주유 후 차량 내에서 20도 가량 온도가 떨어질 경우 부피는 1.6%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월 평균 13만2000리터를 파는 주유소의 경우 1.6%가량 부피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할 경우 월 359만원, 연간 43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주유 양을 속여 팔기 위해 석유제품을 끓여서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허용되는 사용 공차 초과 여부를 불문하고 처벌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관리원(이사장 김동원)은 9일 정량미달 판매 목적의 유류가열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소관 상임위인 산업위를 통화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관리원은 최근 주유소 내 건물이나 차량에 급속가열기를 설치하고 석유제품을 끓여서 부피를 팽창시킨 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수법으로 정량을 속이는 사례가 적발됨에 따라 이 같은 불법행위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정상 유통되는 경유와 20℃ 차이가 나는 경유를 구매할 경우 소비자는 5만원 주유 시 약 800원의 손해를 보게 되며, 주유소 사업자는 평균 판매량 기준 연 40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게 된다고 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석유의 가열행위는 유증기 폭발 등 국민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행위로 금지돼야 하지만, 현행 위험물안전관리법(5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은 미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가열한 기름이더라도 법적허용치인 사용공차를 초과하지 않을 경우 석유사업법을 적용해 정량미달판매행위로 처벌할 수가 없어, 처벌 가능여부를 두고 논란까지 있었다.

이번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량미달 판매 목적 등 부당한 목적으로 석유를 가열하는 경우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게 돼 처벌 가능성에 대한 논란 종식은 물론 국민 안전과 권익을 보호 할 수 있게 된다.

개정법에 따르면 부당한 목적으로 석유를 가열하면 행정처분으로는 등록취소 또는 6개월 이하 사업정지를, 형사처벌로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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