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시는 “시행사가 자발적으로 기부채납했다”고 말했지만 시행사 측은 “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사업승인이 미뤄질 게 뻔해 어쩔 수 없이 기부채납을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소송은 시행사 패소로 끝이 났다.
기부채납은 택지, 주택개발 과정에서 국가 지자체의 기반시설 재원부족을 보완하고, 과다한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법적장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지방자치단체 등 인허가기관이 특정 산식 등을 통해 임의로 기부채납을 받아와 사업자들의 부담이 됐다. 앞선 예처럼 기부채납을 문제로 사업자와 지자체와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부는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기부채납 상한선을 정할 예정이다. 사진은 수도권의 한 재개발 예정 구역. |
▶지자체의 과도한 요구, 대항력 생겨=국토부가 만든 ‘주택사업 관련 기반시설 기부채납 운영기준(안)’은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상한선을 정했다는 점에 있어 의미가 크다.
건국대 김진수 교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뉴타운 사업시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기부채납액은 30%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가재울뉴타운 3구역의 경우,조합원들이 부담한 기부채납액은 전체 사업부지 면적의 31%, 전농7구역의 경우 29%로 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으로 연결됐다.
특히 일반분양 물량은 분양가에 반영돼 사업 수익성 문제로 직결됐다.
김진수 교수는 “정부지침이 정해져도, 원칙적으로 기부채납은 지자체의 자율에 따라 하도록 돼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자체로부터 과도한 기부채납을 요구 받을 경우, 정부지침 자체가 대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환영하지만 한계”=전문가들은 그동안 제각각이었던 정부의 지침이 만들어졌다는 점에 환영을 표시했지만, 정부의 지침이 그야말로 ‘지침’으로 머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한 기부채납 협의과정에서 발생했던 사업지연 문제가, 다른 것이 볼모로 돼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통된 기준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환영받을 만 하나 지자체의 협의 과정에서 층수, 디자인 등이 꼬투리로 잡혀 사업지연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토지면적에 대한 상한선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장부지에서 아파트 부지로, 아파트부지에서 아파트 부지로 갈경우 기부채납 기준이 같을 수가 없다”면서, “일률적으로 정하기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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