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손실 2.3조→2222억원…생산성 향상 올인, 악성 수주 80% 털어내
- 정성립 대표 “내년도 주력 선종 작업 돌입…내년은 올해보다 더 나아질 것”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요즘 조선업계에서는 STX조선해양의 수주 행보가 관심이다. 12월에만 MR탱커, LR1탱커 등 중형유조선 위주로 싱가포르 선사 등으로부터 11척을 잇따라 수주했다. 올 한해 STX조선해양은 총 24척, 10억7300만달러(약 1조1800억원) 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중 대다수가 중형 유조선이다. 2000년 이후 발주된 LRI탱커 367척(클락슨 집계 기준) 중 17%가 STX조선해양의 손을 거치며 이 분야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사의 수주 실적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지만 STX조선해양의 지난 해 자율협약 체결 후 1년여 만에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STX조선해양은 올해 초 기수주 선박 및 해양플랜트 50척(다롄조선소 물량 포함) 중 이른바 ‘악성 수주’물량에 대한 계약 취소 및 변경을 통해 스스로 부실을 털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약 80% 이상의 저가수주 물량이 정리됐다. “이제 앞이 보이지 않는 프로젝트는 없다”는 것이 STX조선해양의 현실이다.
정성립 STX조선해양 사장(사진 오른쪽)과 싱가포르 선사 ‘BW Pacific Limited’의 용빌 에릭손 아셈 대표가 지난 11일 7만4000dwt급 LR1탱커 4척 및 추가 옵션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STX조선해양] |
STX조선해양이 회복 발판을 마련한 가장 큰 비결은 ‘전략 수주’다. 지난 해 12월16일 취임한 정성립 STX조선해양 대표는 취임 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선종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중구난방으로 다양한 선종을 건조하면서 생산성, 기술 숙련도 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정 대표는 16일 “영업단계부터 선종을 전문화시키면서 생산성을 높이고자 했다. 마케팅도 중형선 중심으로 진행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올해 수주된 선박은 비슷한 선종들로 구성할 수 있었다. 1~2년 뒤 본격적으로 건조가 시작되면 이런 전략수주가 생산성 향상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손실도 대폭 감소했다. 올 해 3분기 기준 STX조선해양의 영업손실은 2222억원 수준이다. 지난 한 해 전체 손실이 2조3592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손실을 크게 줄여가고 있는 셈이다. 올 해 목표가 영업손실을 6000억원 규모까지 줄이는 것인데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한 해였다. 하지만 이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올 해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결과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데 내년에는 좀 더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TX조선해양은 2016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STX조선해양은 내년도 주력선종 선정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올 한해는 중형유조선 중심으로 수익 제고를 이뤄냈지만 MR탱커, LR1탱커 등이 올 해 발주가 다량으로 이뤄진 만큼 내년에는 줄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세가 미치는 영향도 꼼꼼히 분석하고 있다.
정 대표는 “올 해 우리가 주력해온 중형유조선은 많은 물량이 기발주 된 상태라 내년까지 수요가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 내년 시장 흐름을 분석해 새로운 주력 선종을 개발해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하려고 한다”며 “1월까지 주력 선종을 정할 예정이다. 최근 글로벌 선사들의 발주 움직임이 재개되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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