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원전 도면유출… 재주는 해커가, 현금은 국정원이?
뉴스종합| 2014-12-24 10:46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원자력발전소 도면 유출 사건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사이버테러 방지법’의 임시국회 처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법안의 요지는 ‘국가정보원이 사이버 위기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법안이다. 재주는 해커가 넘고, 현금은 국정원이 챙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24일 최고중진역석회의에서 “국정원의 권한이 강화된다는 이유로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야당은 사이버테러방지법 통과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2년 농협전산망 마비 사태와 함께 한국의 사이버 사령부 전력이 북한의 10분의 1밖에 안된다는 설명을 덧붙인 뒤 이같이 주장했다.

같은 당 이군현 사무총장도 전날 “지난해에 올라온 사이버테러방지법에 국정원이 관여됐다고 야당과 의견을 같이하지 못한 것으로 아는데 이번 임시국회에서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의원이 임시국회 처리를 요구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정식 명칭은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에 관한 법률안’으로, 지난해 4월 당시 정보위원장이던 서상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골자는 국가정보원이 사이버 테러 방지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 기관장에 지시 등 국정원이 사실상 사이버테러와 관련한 일에 대해 ‘콘트롤 타워’가 되는 것이다.

또 사이버테러가 발생했을 경우 각 기관장들은 국정원장에게 보고가 이뤄지고, 사이버 위기관리를 위한 사이버위기대책본부 구성도 가능하다. 사이버테러 신고자에게는 포상금이 지급되고, 보안관제센터를 구축하지 않을 경우 2000만원의 과태료 부과도 가능하다.

새누리당 윤영석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전 정론관 브리핑에서 “2013년 언론사 해킹 공격 등이 매년 벌어지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 기관 및 기관시설 보안에 대한 총체적 점검과 사이버 테러의 종합적 방지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의 쟁점은 민간 보안 영역을 관리(통제)하는 권한을 국정원이 갖게 된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현재 ‘사이버안전관리규정’, ‘국가위기관리지침’ 등에 따라 위기ㆍ평상시 모두 사이버 안전 업무를 총괄 수행한다. 그러나 이는 국가ㆍ공공기관만으로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현재는 민간과 금융 분야 사이버 보안업무는 각각 미래창조과학부와 금융위원회가 맡고 있다. 현행 정보통신기반보호법에 따르면, 금융시설 등 개인정보를 포함한 민간 부문 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해 국정원의 기술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결국 민간분야를 포함해 국가 주요 기반시설에 관해 국정원이 공격 탐지ㆍ조사ㆍ기술 지원이 가능하도록 법적으로 명문화하자는 게 이 법안의 핵심이다.

새정치연합 측은 사이버테러방지법에 대해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보위 야당 간사 신경민 의원실 관계자는 “법을 살펴보면 국정원이 사실상 인터넷을 거의 장악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미 국정원 내부에 사이버위기 관련 부서가 있고, 민간차원에선 한국인터넷진흥원이 관련 사안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법이나 기구가 없어서 원전 도면 유출 사고가 난 것이 아니란 설명이다.

현재 이 법안은 정보위원회에 상정돼 있지만 단 한번도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안 될 만큼 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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