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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이 주인공이 되는 거리
뉴스종합| 2014-12-29 07:37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2000원이 주인공이 되는 곳이 있다. 호주머니엔 2000원밖에 없어도 가슴엔 2000억원 짜리 포부를 품은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거리, 홍대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린 뒤 지난 4월 정식 데뷔한 남성 듀오 ‘이천원’의 출발지도 홍대다. 멤버 김일도, 김효빈 씨는 홍대에서 처음 길거리 공연으로 2000원을 벌어 팀 이름을 이천원으로 지었다. 2000원이란 누군가의 소박한 관람료가 가수 이천원을 탄생시킨 것이다.


지금도 홍대 거리를 걸으면 훌륭한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세울 만큼의 즐거움을 얻었다면 2000원쯤 선뜻 건넬만 하다. 2000원이든 2만원이든,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 자신의 공연에 돈을 지불한다는 사실만으로 공연하는 이들은 힘을 얻는다.

눈과 귀가 즐거웠다면 이번엔 입이다. 천국이 펼쳐진다. 길거리 음식이 지폐 몇 장 가볍게 꺼낼 정도의 가격인 건 홍대도 마찬가지지만 홍대는 그런 소박한 먹을거리가 찾아오는 목적이 되는 곳이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 건 소시지가 큼지막하게 박힌 핫바다. 2000원짜리 핫바 하나에 배가 불러온다. 길게 선 줄의 정체를 따라가보니 이번엔 와플이다. 와플 하나에 2000원이야 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자태(?)가 심상찮다. 생크림, 초코쿠키 등을 얹은 와플에 이름조차 범상찮은 마약와플도 있다. 그 옆엔 생크림을 넣은 앙증맞은 붕어빵이 6개에 2000원 꼬리표를 달고 손님을 유혹한다. 지갑을 열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비주얼과 맛이다. 각종 호떡과 솜사탕, 떡볶이, 닭꼬치 등도 2000원이면 충분하다.

군것질거리에 지쳤다면 2000원으로 한끼 밥도 사먹을 수 있다. 테이크아웃 주먹밥이다. 김치주먹밥이 2000원이다. 몇 백원만 추가하면 참치나 토핑을 추가해 입맛에 맞는 주먹밥을 주문할 수 있다. 이 정도라면 ‘불금’을 즐기기 전 체력 충전은 문제 없을 것 같다.


홍대에 패션을 빼놓을 수 없다. 아쉽게도 2000원으로 패션 감각을 뽐낼 아이템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독특한 디자인의 여성 머리핀 같은 작은 액세서리는 노점을 몇군데 훑어보면 ‘특템’할 수 있다. 두 켤레에 2000원짜리 양말은 가벼운 마음으로 주고받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제격이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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