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심장이 끓는다…겨울이 녹는다
헤럴드경제| 2015-01-02 11:41

매서운 칼바람이 볼을 헤는 12월 어느 날 강원도 춘천시 봉화산(520m) 기슭에 있는 높이 50m의 구곡폭포. 아홉 굽이를 돌아서 떨어지는 폭포라 하여 이름 붙혀진 이곳에서 주말 이른 아침부터 빙벽을 타기위해 몰려든 산악인들이 부지런히 장비를 챙기고 있다.


자일, 아이스스크류, 아이스바일, 크램폰 등으로 수십 킬로그램도 더 나갈 것 같은 배낭을 내려놓고 얼어붙은 구곡폭포를 오르기 위한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안전장비와 얼음상태를 확인하며 등반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러 팀들이 모인 탓에 장비의 종류와 등반하는 스타일들이 다 다르기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협의를 하고 순서를 정한다.


등반대장의 선등을 시작으로 빙벽에 길을 내며 아이스스쿠류를 박아 넣으면 한파에 얼어있는 빙벽이 깨어난다.


오르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은 선등자 아래로 떨어지는‘ 낙빙’, 이 낙빙에 맞게 되면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며그 자리에서 기절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안면부를 강타할 경우 치아가 부러지거나 얼굴뼈에 손상이 가는 등 크고작은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빙벽아래에서는 등반자의 등


반모습을 항시 주시해야 한다. 낙빙이 발생할 경우‘ 낙빙!’을 크게 외처는 것은 빙벽등반을 하는데 있어 필수 에티켓이다. 떨어지는 낙빙은 피해야 하지만 불가피할 경우 맞는 한이 있더라도 고개를 숙이고 안면부에 맞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배낭이나 헬멧 등으로 충격을 분산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요소도 빙벽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극복해야 할 하나의 대상일 뿐 포기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빙벽을 오르다 보면 아이스바일이 빙벽을 타격하는 소리만이 들릴 정도로 긴장감이 극대화 된다. 잡념이 사라지고 오직 생존에 대한 열망만 존재한다. 긴 얼음과의 사투를 마치고 나면 스트레스는 온몸에 젖어 있는 땀과 함께 증발해 버리고 활력 있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보증해 준다. 겨울철 익스트림 스포츠의 꽃인 빙벽등반은 이렇듯 산을 타는 사람들에겐 한번쯤은 꼭 도전해 보고 싶은 로망이며 활기찬 일상을 보증해주는 통로이다.

글ㆍ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