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합리적 통신소비 유도…통신비 부담 경감”단통법 효과 가시화
헤럴드경제| 2015-01-26 07:23

회사원 A씨는 일명 폰테크족이었다. 지원금을 많이 주는 시기나 판매점을 수시로 확인해 휴대폰을 바꾸고 번호이동을 하며 지원금과 단말기 가격 차액을 얻었다. 그러면서 항상 최신 폰만을 사용했다. 지금은 폰테크가 불가능해졌다. 이제는 알뜰폰을 사용한다.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때문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시장은 ▲소비자들의 합리적 통신 소비 ▲이통사들의 요금 및 서비스 경쟁 강화 ▲공시지원금 상승 및 출고가 인하 ▲알뜰폰 성장 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단통법이 가져오는 효과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거나 잘 알지 못하겠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단통법 시행이 우리에게 가져온 변화와 혜택은 무엇일까?


모든 소비자가 동등한 지원금 혜택을 누리다!

단통법 하에서는 지원금을 공시해야 한다. 그동안 정보에 빠른 사람들만 많은 불법지원금을 받아왔다. 최신 정보에 약한 어르신이나 주변에 휴대폰 대리점이 없는 시골에 거주하는 사람이나 바쁜 현대인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금을 받으면서 부당한 차별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법 시행으로 극소수가 누린 지원금 혜택을 모든 소비자가 골고루 누릴 수 있게 됐다. 또 중저가 요금제로 가입해도 일정 부분 지원금이 보장되고 기기변경·번호이동·신규가입의 가입 유형에 관계없이 지원금 차별이 사라졌다. 장기간 한 통신사를 이용해 왔던 소비자가 휴대폰을 교체할 때 번호이동에 따른 지원금이 기기변경에 따른 지원금보다 많았다.

어쩔 수 없이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하는 소비자가 많았고 이에 따른 불만도 컸다. 이통사들이 새로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들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법 시행으로 가입유형별 지원금 차별이 금지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어나게 됐다. 또 지원금 공시로 소비자는 구매하고자 휴대폰 가격 정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동일한 단말기에 대해 비슷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좀 더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 불필요한 시간을 할애하고 발품을 팔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중고·자급제폰 가입자도 지원금 혜택 두둑!

중고·자급제폰 가입 시 약정요금 할인 이외에 추가로 12%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보통 2년 약정이 만료된 후 쓰던 폰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요금 혜택을 주어 불필요한 단말기 교체를 줄일 수 있게 했다. 휴대폰 장기사용 및 중저가 자급폰 사용을 유인하고 소비자들의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 부담을 완화시켜 줬다. 우리나라의 휴대폰 교체 시기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편이다. 충분히 더 쓸 수 있는데도 최신 폰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중고폰으로 가입해도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없다보니 차라리 돈을 조금 더 내고 최신폰을 구입했던 것이다. 낭비다.


사실상 강요된 고가요금제·부가서비스 이제 그만!

지원금을 많이 주겠다고 소비자들을 호도해고가의 요금제나 부가서비스에 가입시키는 것 이 금지된다. 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LTE 가입자의 66.9%가 6만 2천 원 이상의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고 있었고 실제 이용량은 월 평균 기본 음성 제공량은 68%, 데이터는 56%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이후 고가요금제 가입비중의 감소가 눈에 띈다. 전체 요금제 중 6만원대 이상의 고가요금제 가입비중이 ’14년 1~9월에는 33.9%였지만 12월에는 절반이하인 14.8%로 크게 줄었다. 반면 중·저가요금제 비중은 늘어나 66.1%에서 85.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최초 가입 시 선택하는 요금제의 평균 수준이 ’14년 7~9월 기준 4만5000원대에서 3만9000원 이하(12월)로 14.3% 수준인 6448원 감소했다. 이는 높은 지원금을 미끼로 고가요금제에 가입시켜 최소 3개월 이상 유지하게 하는 행위가 금지되면서 소비자가 가입 시부터 자신에 맞는 요금제 선택했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사용하지도 않는 부가서비스에 억지로 가입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개통 시 부가서비스 가입률은 ’14년 12월 기준 11.3%로, 1~9월 가입률 37.6%보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이제 합리적으로 자신의 사용량과 소비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가계 통신비 부담! 이제는 줄일 수 있다

법 시행 이전에는 국내 제조사·이통사들이 고가의 휴대폰 위주로 출시 및 마케팅을 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고가의 단말기를 구매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됐었다. 요금 인하분을 단말기 보조금으로 보이게 하는 착시로 인해 비싼 단말기를 선택하게 되고 비싼 요금제를 사실상 강요당하면서 통신비에 대한 가계 부담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법 시행 후 공시 지원금이 투명화 되면서 착시 현상이 없어져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되고, 불필요한 부가서비스·고가요금제를 쓰지 않게 되면서 가계 통신비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통사간 제조사간 경쟁 소비자가 이익을 얻다!

지원금이 투명하게 공시됨에 따라 이통사들은 경쟁적으로 지원금을 높이고 있고, 동일 단말기에 비슷하게 책정되던 지원금이 이통사별로 차별화되고 있으며, 갤럭시S5, G3 cat.6 35요금제에 25.8만원 지원(KT), G3 beat 34요금제에 25.8만원 지원(LGU+)하는 등 저가요금제에 가입해도 거의 최고지원금이 지급되는 단말기가 생겨나고 있다. 또한 제조사·이통사들은 중고폰, 해외 중저가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경쟁적으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최신 단말기들(G3 beat, 아카, 갤럭시 알파 등)을 포함해 총 31종의 출고가 인하를 단행했고, 제조사들은 새로운 중저가폰을 저렴하게 출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통사와 제조사들의 요금,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통사 가운데SKT는 가입비를 완전 폐지했고, KT는 약정과 위약금을 없앤 순액요금제를 출시했으며 LGU+는 온라인 직영몰 가입 시 무선요금 추가할인을 시작했다. 서비스 경쟁도 활발해져 이통사별 포인트 제도 및 각종 프로모션 등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소비자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경쟁에 따른 단말기 가격 하락, 서비스의 질 향상 등의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폰6 대란, 단통법 무력 방증? 혼란 초래땐 엄벌

지난 11월 일정시간, 일부 유통점(10여 곳)에서 불법지원금을 살포하여 아이폰6를 저렴하게 구입하도록 하면서 이른바 아이폰6 대란이 일어났다. 불법지원금으로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입한 가입자가 생기면서 단통법 무용론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비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치 많은 사람들이 불법보조금을 받은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전체 가입자의 0.064%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불법보조금 지급은 엄연한 법 위반인 만큼, 이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통법에 따라 유통망의 불법행위에 대해 이통사를 직접 처벌할 수 있고, 해당 법인뿐 아니라 불법을 자행한 임원에 대한 형사고발도 가능해졌다. 시장 혼란을 초래한 이통사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 반드시 집행되어야 법이 제대로 안착될 수 있다.

알뜰한 통신소비를 위한 알뜰폰 가입 증가

법 시행 전후 알뜰폰 가입자는 크게 증가했다.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 12월말 기준 458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약 7.9%를 점유하며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반면 이동통신3사 누적가입자는 지난 10월 순감했다가 11월 이후 완완만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 판매점 사전승낙제로 판매점에 대한 이통사의 감독 책임을 강화했다. 작년에 발생한 아이폰6 대란의 경우, 징계 수준을 높여 이통3사 및 담당 임원에 대한 형사고발과 과징금,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중고폰 수출 시 분실이나 도난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여 밀수출을 줄이고 분실, 도난 단말기를 찾을 가능성을 높였다.

단통법 시행 초기 혼란을 넘어

새로운 법이 제정되면 보통 시행 초기에는 혼란을 겪는다. 단통법 역시 그렇다. 시행 초기, 사업자 형태와 국민 인식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초기 혼란을 법 자체의 문제로 보고 법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다행히 단통법은 초기 혼란이 줄어들면서 서서히 시장에 정착하고 있다. 건전한 휴대폰 유통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도 단통법은 분명 소비자를 위한 법이며, 지원금 상승, 출고가 인하 등의 긍정적 효과로 소비자 효용은 증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통사들은 투명한 지원금 공시로 불법적인 지원금 경쟁이 어려워져 요금과 서비스 경쟁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또 제조사들은 중고폰, 외국산 휴대폰에 대한 혜택이 켜져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출고가 인하 압력을 받게 되고, 중저가 단말기 출시도 늘리고 있다. 맞춤 통신소비와 통신비 절약이 가능해지면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즉,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균형점을 찾아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통사와 제조사 뿐 아니라 정부 역시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면서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비하며 소비자의 혜택 증진 방안을 마련하는데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이정환 기자/leej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