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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여왕…내가 그 김세영이다
엔터테인먼트| 2015-02-09 11:32
두둑한 배짱은 무대를 옮겨서도 변함없었다. 빨간바지를 입고 주먹을 불끈 쥐는 특유의 우승 세리머니가 태평양을 건너서도 똑같이 재현됐다. ‘역전의 여왕’이 미국 무대마저 지배했음을 알린 순간이었다.

김세영(22·미래에셋)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후 2번째 대회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쾌거를 일궜다. 김세영은 9일(한국시간) 바하마의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골프장(파73·6644야드)에서 열린 퓨어실크-바하마 LPGA 클래식 마지막날 5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합계 14언더파 278타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김세영은 4라운드 후반까지 단독선두를 달렸던 유선영(29·JDX), 아리야 주타누간(태국)과 18번홀(파5)에서 벌인 연장전에서 버디를 낚아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1000만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5승을 거둔 김세영은 지난해 12월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LPGA 투어출전권을 얻었다. 한국에서 거둔 5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일궈내 ‘역전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세영은 미국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코리안낭자는 지난주 시즌 개막전인 코츠 챔피언십에서 최나연이 우승한 데 이어 김세영까지 우승하면서 2주 연속 우승 릴레이를 이어갔다.

공동 6위에서 최종 라운드를 맞은 김세영은 전반에만 2타를 줄이며 추격에 나섰다. 10번홀(파4)과 14번홀(파4)에서 1타씩을 줄인 김세영은 16번홀(파4)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워터 해저드로 둘러싸인 그린을 공략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겨 해저드에 빠지기 직전까지 굴러간 것. 김세영은 덤불 속에 있는 공을 침착하면서도 과감하게 로브샷으로 띄워 홀에 붙인 뒤 파로 막아냈다.

기세를 올린 김세영은 18번홀(파5)에서 1.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어 유선영과 주타누간이 준비하고 있던 연장전 막차를 탔다.

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전서 유선영과 주타누간의 두번째 샷이 각각 그린 앞 벙커, 벙커 옆 러프에 빠졌다. 김세영은하이브리드로 올린 두번째 샷이 그린을 지나 프린지에 멈추면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하지만 김세영이 그린 가장자리에서 굴린 세번째 샷이 홀 1.5m 정도밖에 미치지 못하면서 아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유선영과 주타누간은 그러나 잇따라 버디 퍼트를 놓쳤고 김세영이 차분하게 버디 퍼트에 성공하면서 우승컵을 가져갔다.

김세영은 키 162cm로 큰 편이 아니지만 평균 270야드를 날리는 장타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년 연속 장타 1위에 올랐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김정일(53) 씨 덕분에 4살때부터 태권도를 배우면서 강한 하체와 밸런스, 탁월한 임팩트 감각, 승부근성 등을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06년 한국 여자 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로 우승해 주목받은 그는 2007년과 2009년 국가대표를 지냈다. 2011년 KLPGA 투어 정규투어에 입성한 이후에는 큰 빛을 보지 못하다가 2013년부터 두 시즌 동안 5승을 올리며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지난주 열린 시즌 개막전 코츠 챔피언십에서 컷탈락해 아쉬움을 샀던 김세영은 불과 1주일 만에 L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을 극적인 역전우승으로 만들며 기쁨을 더했다.

김세영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너무 긴장해서 게임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뭐라고 할 말이 생각나지 않고 울고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2위 박인비(27·KB금융)는 12언더파 280타로 공동 5위에 올랐지만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공동 7위(11언더파 281타)로 선전하면서 세계랭킹 1위 탈환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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