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바람난과학] 행복한 언어, 스페인어…한국어는?
뉴스종합| 2015-02-10 13:40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기억들만 간직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나쁜 기억은 쉽게 잊고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려 한다는 겁니다. 실제 느꼈던 것 보다 “더 행복했다”고 기억해버리기도 하고요. 심리학에선 이를 가리켜 ‘낙천주의 원리’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낙천주의 원리’가 언어에도 내제돼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9일(현지시간) 발표됐습니다. 10개의 서로 다른 언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관용구 모두 원어민들에게 ‘행복하다’는 느낌을 준다는 겁니다. 인간이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단어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언어에 부정적 단어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미국 버몬트 대학교 수학과 통계 피터 보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10개 언어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 10만개를 추려냈습니다. 방송과 영화 자막, 노래가사, 트위터, 구글 검색어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를 중심으로 말이죠.

그리고 각 언어를 사용하는 원어민을 50명에게 자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들에 대한 느낌을 물었죠. 긍정적일수록 10점, 부정적일수록 1점에 가깝습니다.

연구 결과, 10가지 각 언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10만개가 원어민 대부분에게 긍정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긍정 경향성’(positivity bias)은 10개의 언어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모든 언어의 평균은(그래프 참조) ‘행복하다’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래프 설명

= h(avg) 값은 24개 관용구에서 원어민이 느끼는 행복의 평균값. 노란 부분은 ‘긍정’을 나타내고 하늘색 부분은 ‘부정’을 나타낸다.

특히 스페인어가 원어민에게 주는 긍정 경향성은 10개의 언어 가운데서 가장 높았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트위터, 구글북스, 구글 검색어에 입력하는 단어의 상당수가 6점에 해당해 행복한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사랑’, ‘행복’, ‘축하’등의 단어 사용 빈도가 높았던 반면 ‘죽음’과 같은 단어는 적게 사용했습니다.

반면 중국어와 한국어는 다른 언어에 비해 부정적인 단어 사용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구글북스를 중심으로 조사한 중국어는 평균 5점 초반대를 기록했습니다. 영화 자막과 트위터를 중심으로 분석한 한국어도 5점대 초반을 기록했죠.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정부, ‘왜’, ‘누구’, ‘뭐지’, ‘씨X’ 등의 단어 사용 빈도가 높았습니다. 중국어보다는 높았지만 다른 언어와 비교하면 낮은 점수입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 온라인판 9일자에 실렸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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