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이완구, 안되면 큰일…되도 걱정…
뉴스종합| 2015-02-11 10:30
[헤럴드경제=유재훈ㆍ정태일 기자]“안되면 큰일이지만, 되도 걱정이다.”

집권여당의 초선의원까지 이런 말을 할 정도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이라는 국무총리 검증대에 오른 이완구 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언론 외압’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인사청문회에서 무차별 폭격을 맞았다.

재산, 병역, 부동산 투기 등 의혹의 진위 여부와 권위적인 언론관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는 야당의 ‘불가론’에 이 후보자는 당장 국회 임명동의 문턱부터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부닥쳤다. 

이완구 국무총리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이길동기자.gdlee@heraldcorp.com

여당은 일단 인사청문회를 잘 마무리 짓고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 국무총리 임명 동의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한 만큼, 158석을 가진 새누리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숫자의 힘을 통해 강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다.

당장 불 보듯 뻔한 야당의 반발보다 무서운 국민의 정서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표결에 들어가면 근소하게 통과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하면서도 “(총리에) 임명되더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국정운영이 힘을 받을 수 있을 지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들은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과 여과없이 공개된 녹취록을 통해 난타당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봤다.

국무총리 자리에 오르게 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공산이 크다.

이 후보자 개인을 향한 여론의 반감과 함께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지는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전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 때 인사청문위원장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은 “여당이 다수당이란 점을 이용해 총리 임명을 밀어부친다면 당장 파장이 일 것”이라며 “파장은 다름아닌 국민적 저항이며, 이는 곧 청와대의 난맥인사로 귀결돼 인사 검증의 실패 여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치연합 주승용 최고위원 역시 “이런 분이 총리가 됐을 때 언론이 어떻게 될지, 녹취록에서 나타난 (발언) 수준이 공포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내면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야권에 의해 제기된 각종 의혹보다 녹취록 공개가 향후 이 후보자의 ‘아킬레스 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완구 국무총리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피곤한듯 눈을 감고 뒷목을 만지고 있다.이길동기자.gdlee@heraldcorp.com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녹취록 자체에는 허세도 있고 반어법적인 표현도 있지만 그 내용 만큼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청문회를 통과하더라고 이 녹취록으로 총리 자리에 있는 내내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총리가 된후 언론을 대할 때나 ‘김영란 법’ 등에 대한 어떤 언행이 나올 때 ‘녹취록’이 나쁜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병역이나 재산문제는 과거에도 자주 나온 거라 총리 이후엔 파장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문제는 녹취가 어떤 경위에 의해 폭로됐던 간에 심각한 사안”이라며 “무슨 일 있을 때마다 야당이 그 얘기를 꺼내면 (이 후보자가) 할 말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 교수는 이완구 후보자가 말을 바꾼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녹취 공개 전과 후에 드러난 말이 다르다는 점은 총리 이후에도 신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후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상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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