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비운의 IT 상품엔 지나간 미래가 있다
뉴스종합| 2015-02-12 11:34
美 씨넷 ‘못다핀 IT기기’ 소개…온라인콘솔게임기 ‘드림캐스트’
브라운관시절 스마트TV ‘웹tv’…국내 10년전 모바일 결제 ‘모네타’
‘페북’보다 앞선 ‘싸이월드’…시대를 너무 앞서 빛보고 퇴장


불과 1~2년 전만 해도 “설마”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전 세계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글로벌 히트작이 되곤 하는 첨단 IT 시대, 10년전 또는 20년 전 나왔던 제품과 기술이 지금 빛을 본다는 것은 상상하기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30년전 나팔바지가 오늘 날 ‘핫 아이템’으로 재탄생하는 패션처럼 유행을 타는 IT도 존재한다. ‘타이밍’만 맞으면 단순하고 평범한 게임이 한순간에 ‘글로벌 베스트’가 되고, 반대로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기술도 시대와 장소를 잘못만나 사장되기 일쑤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이 벤처 창업가들에게 “반드시 ‘적절한 타이밍’과 ‘공략할 수 있는 공간’ ‘속도’ 등 세 가지를 먼저 생각하고 전략을 세워놓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시대를 너무 앞서가 ‘망한’ 제품은 지금도 종종 회자된다. 미국 IT 전문매채 씨넷은 최근 시대를 너무 앞서가 실패한 ‘비운의 IT 기기’를 소개했다.

천리안, 나우누리에 전화모뎀으로 접속하던 시절 나왔던 온라인 콘솔 게임기 ‘드림캐스트’는 비싼 기계 가격만큼 비싼 통신료 덕에 출시와 동시 박물관으로 향하고 말았다.

배불뚝이 브라운관 TV 시절 전화선으로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했던 스마트 TV ‘웹tv’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003년 TV 광고에는 ‘모네타’와 ‘뱅크온’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전자 결제가 가능한 ‘칩’을 내장한 휴대전화 서비스였다. 계좌 송금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 결제도 가능했다. 요즘 유행하는 ‘핀테크’를 10년 전 다 담은 셈이다.

하지만 이 혁신적인 서비스는 이제 ‘실패사례 분석’이라는 제목의 백서로만 존재할 뿐이다. 


반대로 별다른 기술도, 아이템도 아닌데 ‘때를 잘 만나’ 단숨에 글로벌 히트작이 된 경우도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엄지족을 밤 새게 만들었던 ‘플래피 버드(Flappy Bird)’다. 1980년대 콘솔 게임을 30년이 지나 모바일에서 재현한 이 게임은 ‘단순함’으로 전 세계를 중독시켰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것이 문제여서 빛을 못 본 IT 기술도 있다. 한 때 국민 모두의 PC 시작화면을 장식했던 싸이월드 이야기다. 나의 이야기와 사진을 나만의 공간에 저장하고, 이를 타인과 공유하는 서비스는 우리나라의 앞선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단숨에 최고 자리에 올랐다. 못 본지 20년이 지난 초등학교 첫 사랑을 찾아주던 ‘아이러브스쿨’도 싸이월드와 함께 한 시절을 풍미했던 서비스다.

그러나 이제 이 두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는 많지않다. 그 자리는 미국에서 시작한 페이스북이 차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싸이월드의 경우 중국과 미국 진출까지 시도했지만, 4000만 국내 사용자를 기반으로 만든 시스템의 한계를 결국 벗어나진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2012년 초 기업공개를 하면서 창업자 저커버그가 ‘싸이월드’를 페이스북이 글로벌 시장에서 넘어야 할 경쟁 SNS 중 하나로 꼽았다는 사실도 이제 옛 이야기일 뿐이다.

국민 스마트폰 메신저로 먼저 뜬 카카오톡이 여전히 한국의 경계를 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한국어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수 천 만명의 충성 고객을 일찌감치 모았지만,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하는 수 십 억명의 잠재 고객을 보유한 후발주자 왓츠앱, 위쳇에게 세계 최고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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