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의회주의자 정의화 이번에도 ‘한수’
뉴스종합| 2015-02-12 17:56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새누리당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경과보고서 단독 채택 후 인준 표결마저 단독으로 실시될 것으로 예측됐던 일촉즉발의 상황이 정리되기까지는 국회 대표적인 의회주의자인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가 결정적 힘을 발휘했다.

정 의장의 제안으로 여야는 3일간의 시간을 벌게 됐고 ‘반쪽 처리’로 정국을 초비상으로 몰고 갈 수 있었던 최악의 결과도 일단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유승민새누리당 원대대표(왼쪽)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의장실을 찾아 정의화 국회의장(가운데)과의 면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이길동기자.gdlee@heraldcorp.com

여야가 12일 열기로 한 본회의를 16일로 연기하기로 의사일정에 합의하기 전 새정치민주연합은 23, 24일을 제안했다.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하자 정 의장이 설날 연휴를 감안해 16일에 여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로써 정 의장이 일단 ‘의사봉’을 잡지 않으면서 여야는 16일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 의장은 중재안 제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 진행은)여야 합의가 되면 그 때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새누리당도 정 의장의 여야 추가 합의 요구를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무성 대표는 “의장이 어떻게든 간에 여야 간 합의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며 “의장이 사회를 안 보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제기한 의혹에 대해 지속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오늘 본회의를 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여야와 의장이 다 느꼈고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며 “새누리가 날치기 하는 것은 식물총리를 만들려고 하는 잘못된 계산이다. 그 사이에 국민 생각 어떤지,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명이 되는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두고 12일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고 있다.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정의화 국회의장,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이길동기자.gdlee@heraldcorp.com/

이날 본회의 개회 후 안건 상정을 둘러싸고 여야 대치 상태에서 정 의장이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지난해 세월호특별법이 타결되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작년 9월에도 정 의장은 직권으로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발표하고 여야에 26일까지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마무리 할 것을 제안했다. 당일 실제로 정 의장은 본회의를 열었지만 다시 한 번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30일 본회의를 다시 개최하겠다며 일방적으로 산회를 선포했다.

이후 29일부터 여야 협상은 재개됐고 여야와 유가족이 함께 논의하는 ‘3자 협의체’가 구성돼 세월호특별법 협상의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 바 있다.

지난해 새해 예산안 타결 때도 정 의장은 14개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해 놓고 법정처리 시한에 맞춰 예산안을 부의하겠다는 방침을 밀어부치면서도 여야 합의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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