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웹툰에 美치다] ‘발암툰’의 막장 드라마라고? 글쎄…
헤럴드생생뉴스| 2015-02-13 11:28
다음 웹툰 공모전에서 대상 차지
등장인물 사주분석 등 치밀 구성
현대가족 민낯 노골적으로 다뤄
4월초부터 양파껍질 벗기듯 연재



“지금까지 본 기획안 중 가장 빈틈이 없다.”

제2회 다음 온라인 만화공모대전에서 대상을 거머쥔 우다 작가의 ‘그래도 되는가(家)’를 두고 심사위원이 한 말이다. 작가가 등장인물의 생년월일에 따른 사주까지 분석해 스토리를 구성했다고 하니, 주요 등장인물의 과거와 현재의 삶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맞아떨어지는 건 당연할 터. 작가는 치밀하게 소재를 엮었다.

최근 다음 웹툰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그래도 되는가’는 부모 자식, 형제 자매, 친척 간 드러나는 ‘현대판’ 가족 문제를 노골적으로 다룬다. 장남에게 유산이 전부 상속되도록 할아버지의 유언장을 다시 작성하는 할머니, 친척들 몰래 부양하던 시어머니를 어디론가 보내버린 큰어머니의 모습이 담긴다. 막장 드라마라고? 글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그 이면이다.

독자들이 ‘발암툰’(암을 유발하는 웹툰)이라는 신조어까지 붙여준 ‘그래도 되는가’의 우다 작가를 최근 서울 한남동 다음카카오 사옥에서 만났다. 4화부터 연재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는 생략한다. 

 

▶가깝고도 불편한 존재 = 남편을 받들며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그저 미덕이라 여겼던 세대. ‘할머니 세대’다. 대다수의 할머니들은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살았다. 여성이 글을 배우면 암탉이 우는 것처럼 집안이 망할 징조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던 시대였다.

그런데 차남 보다는 장남이 든든하단다. 딸 보다는 아들이 예쁘단다. ‘할머니 세대’는 다시금 가족을 구분 짓는다. 모든 할머니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세대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렵지 않나. 작가는 이 부분을 날카롭게 집어낸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불편한 존재인 ‘가족’의 민낯에 대해서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다들 비슷한 고민과 문제를 안고 살아갑니다. 말할 수 없어서 말하지 않을 뿐이죠.”

예컨대 아파트 앞에서 할머니가 언성을 높이자 이웃주민들이 웅성댄다. 작은집 딸인 주인공(최은성)은 끝내 입을 다문다. “운명이 그렇다”며 다짜고짜 화를 내시는 할머니가 답답하고 야속해도 ‘내 가족’의 민낯을 보는 다른 누군가의 시선이 더 불편했을 거다. 


▶ “만화는 안 봤어요” = 바야흐로 다섯 살. 작가는 각각 7세ㆍ5세 차이가 나는 두 언니들이 가지고 있던 만화잡지 ‘밍크’를 보게 됐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는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닥치는 대로 따라 그렸다.

하지만 3년 만에 더 이상 만화를 보지 않기로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였죠. ‘왜 내 만화가 다른 만화의 영향을 받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만의 캐릭터를 그려내고 싶었거든요. ”

그래서 작가는 만화를 보는 대신 다양한 인물 사진을 수집했다. 인기 있는 배우나 가수 사진은 물론이고 신문 귀퉁이에 실린 자잘한 사진들까지 오려내 모았다. 특히 작가는 사람의 ‘눈’을 관찰하고 그리는데 시간을 할애했는데, 눈만 보고도 모든 캐릭터가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주’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 = 꼼꼼한 성격 덕에 작가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설정을 완벽하게 짜놓고선 만화를 그린다. 그래서 ‘그래도 되는가’의 경우 주요 인물들의 생년월일과 함께 태어난 시간까지 이미 정해져 있다. 각 인물의 운명을 사주에 맞게 풀어가기 위해서였다.

“할머니가 무속신앙을 맹신하는 캐릭터이다 보니 이 부분을 넘길 수 없었어요. 그래서 할머니부터 손자와 손녀들의 사주를 따졌죠. 다만 생년월일을 먼저 정하고 스토리를 짜야 했는데 각 등장인물의 성격을 정해놓고 거꾸로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맞추다 보니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어요.”

작가는 차후 작품을 연재하면서 양파껍질 벗기 듯 조금씩 순차적으로 담아낼 예정이다. 사주를 보면서 등장인물의 과거와 현재의 삶, 그리고 미래를 예측해보는 재미가 더해진다는 말이다. 

제2회 다음 온라인 만화공모대전에서 대상을 거머쥔 우다 작가.

▶작가의 말 =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온 것 같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기다려 주신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좋은 작품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오는 4월 초부터 다음 만화속세상 코너에서 ‘그래도 되는가’가 연재될 계획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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