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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오늘] 밀레니엄의 창을 열다, 윈도우 2000
헤럴드생생뉴스| 2015-02-17 07:16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2000년 새해가 열리자 언제 그랬냐는듯 ‘밀레니엄 버그’의 공포는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관공서나 기업용 서버들의 오작동이나 은행권 대규모 혼란 등도 없었습니다. 일각의 우려에 불과했던 해프닝은 그렇게 잊혀졌습니다. ‘밀레니엄 버그’의 여운이 사라진 2월 17일, 마이크로소프트는 밀레니엄 시대를 여는 새로운 운영체제(OS)를 발매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윈도우 2000’입니다. 윈도우 3.1부터 윈도우 95ㆍ98ㆍME를 거쳐 완성도를 높인 최종빌드였습니다. 유저와 업계의 기대와 찬사도 이어졌죠.

윈도우 2000은 오랜 기간 국내 사용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질긴 생명력을 이어오다 2010년 7월 지원이 종료됐습니다. NT 5.0이라는 코드명의 프로젝트는 1996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해 1998년에 공개되기로 했지만, 2년 공개시기가 늦춰졌죠. 하지만 공개시기가 늦어진 만큼 완성도는 기존 윈도우보다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직장인들에게 익숙한 윈도우 XP 역시 이 버전을 약간 개선한 버전이었으니, 그 탁월한 최적화는 인정해야 마땅합니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윈도우 2000은 전작인 윈도우 98보다 안정성이 42배, 최적화로 인한 성능은 30%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OS를 설치하고 그래픽카드, 사운드카드, 마우스 등 부품들의 다양한 드라이버를 설치하는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인 ‘플러그 앤 플러그’ 기능도 향상됐습니다. 한마디로 OS가 자체적으로 하드웨어의 충돌을 막고 호환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죠. 133MHz 이상의 팬티엄 CPU를 지원하는 등 저사양 PC에서도 원활하게 돌아가는 성능을 자랑합니다. 메모리 크기 256MB, 하드 디스크 용량이 2기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윈도우 2000의 한글판은 보름 뒤인 3월 7일에 발매됐습니다. 국내에서 윈도우 ME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새 버전의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죠. 실제 발매 이후 많은 인기를 바탕으로 느리지만 지속적인 OS 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저사양 PC에서 안정성 높은 운용이 가능해 관공서 뿐만 아니라 은행 ATM기기 등에서는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윈도우 2000의 최대단점은 역시 보안이었습니다. 바이러스나 버그가 침입하는 구조가 아닌 NT계열에 잔재된 일종의 버그였죠. 당시 윈도우 2000의 원활한 사용을 위해선 프로그래밍이 개선된 서비스팩을 다운받아 설치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새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비롯됐습니다. OS와 서비스팩을 네트워크에 연결한 채 설치하면 플러그 앤 플레이는 물론 각종 오류로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였죠. 블루 스크린이라도 뜨면 다행이겠지만 그 마저도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네크워크 케이블을 분리한 뒤 OS와 서비스팩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됐습니다. 그 때의 기억 탓일까요? 기자는 여전히 윈도우를 설치할 때 네트워크 케이블을 분리합니다. 기자와 같은 행동을 하는 분들이라면 윈도우 2000 세대를 거친 것이 분명합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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