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알뜰한’요우커
뉴스종합| 2015-02-17 10:30
단체보다 개인 여행객들 늘면서
거대상권보다 입소문난 곳 선호
‘싹쓸이’는 줄고 실속으로 무장
인터넷 최저가 휴대폰으로 검색
아예 쇼핑리스트 작성해 오기도



“신니엔콰일러 꽁시파차이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부자되세요).”

중국 최대명절인 춘절을 앞둔 15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으로 북적였다. 각 매장 앞에는 여기저기에 중국어 안내판을 두른 호객원들이 서서 요우커의 발길을 잡기 위해 세일을 안내하는 중국말로 목청을 높였다.

한번 지나가면 물건이 남아나지 않는다고 하여 ‘싹쓸이 쇼핑’으로 유명한 요우커지만,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의 계층이 다양해지면서 ‘알뜰 쇼핑족’도 늘어나고 있다. 

춘절을 앞두고 연휴를 한국에서 보내려는 중국 관광객들이 최근 영종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번 춘절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은 실속 구매의 모습을 보이면서, 일부는 여전히 ‘통큰 구매’라는 이중 패턴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샘플 하나라도 더”, 요우커 쇼핑 알뜰해졌다=실제 명동 어느 매장에서나 쇼핑할 물건의 인터넷 최저가를 휴대폰으로 검색하는 요우커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1+1’, 50% 할인 등 신년을 맞아 대다수의 매장에서 파격 세일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물건을 사는 데는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한 화장품 매장 점원은 “제품에 대해 세세한 점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손님이 있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실제 판매되는 것보다 매장이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이기도 한다”며 “기껏 설명을 해줘도 인터넷으로 검색을 몇번 해보고는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어 맥이 빠질 때도 있다”고 했다.

알뜰 쇼핑을 하는 요우커가 늘다보니 화장품 매장이 모여있는 명동거리에는 요우커 모객경쟁이 한창이다. 또 다른 화장품 매장 점원은 “샘플이 금방 동 나는데 하나만 더 달라는 사람이 많아 난감할 때가 많다”며 “샘플 외에도 요즘 중국인에게 인기가 좋다는 전기밥솥이나 홍삼을 경품을 건 매장도 일대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필요한 것만 사기 위해 아예 쇼핑 리스트를 작성해서 나온 중국 관광객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충동 구매를 하지 않도록 미리 계획을 짜서 쇼핑에 나선 것. 기자에게 길을 물어본 한 요우커의 조그만 수첩에는 제품 목록과 가격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루이비똥ㆍ구찌 등 해외명품 브랜드에서 MCMㆍ루이까또즈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브랜드로 선호도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나, 마스크팩 대용량 포장 제품 등이 매장에 전진배치되는 것도 요우커의 알뜰 쇼핑 분위기를 반영한다.

▶개인여행 늘자…골목상권까지 요우커 장사=달라진 것은 쇼핑 행태만이 아니다.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단체여행 중심에서 서서히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 규모가 작은 개인 여행객들이 증가, 덕분에 서울시내 ‘요우커 관광지도’도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 SNS를 통해 관광정보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거대 상권보다 내국인들에게 입소문 난 지역을 찾아나선 요우커들도 늘었다.

“친구가 웨이보에 올린 포스팅을 보고 찾아왔다”. 지난 14일 저녁 8시 무렵,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골목에 위치한 작은 주점. 23살 동갑내기 친구라고 소개한 중국인 남성 2명은 메뉴가 나오는 대로 사진을 찍으며 한껏 ‘관광객’만의 들뜬 기분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그들은 이미 서울에 와 본 적있는 친구들이 SNS에 추천한 맛집과 관광지들을 중심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주점 종업원은 “주중과 주말할 것 없이 중국인 관광객들이 꾸준하게 찾아온다”고 했다.

요우커의 영향력은 비단 명동을 비롯한 거대 쇼핑상권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홍대나 홍대 인근의 연남동과 합정, 상수동, 청담과 신사동 골목 등 직접 발품을 팔아서 서울 곳곳을 누비는 요우커들이 늘고 있다. 일부 여행사의 경우에는 아예 홍대와 가로수길을 포함하는 상품을 만들어 관광지화했고, 중국 웨이보 등 SNS를 통해 입소문난 식당에는 중국 관광객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홍대 인근에서 엑세서리와 모자 등을 파는 편집숍을 운영하는 김모(여ㆍ31) 씨도 최근 가게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났다고 했다. 내국인들도 많이 찾는 베이커리 숍들과 맛집들이 주변에 많아 오며가며 들르는 중국인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김 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아진 것도 기분 좋고 시끄럽고 우르르 몰려다닐 것 같다는 편견과 달리 보통 아가씨들이 구경하고 물건을 사가는 정도”라며 “(중국인 고객은)20대~30대가 대부분이다”고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면세점에만 가도 예전보다 확연히 단체 관광객들이 줄어든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를 찾는 요우커들의 여행 형태와 소비패턴이 다양해지는 만큼 그에 맞는 마케팅을 준비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미정ㆍ김성훈 기자/balm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