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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영진위 정책 철회 촉구…정상진 아트나인 대표]“돈보다 더 중요한 건 관객들과 소통”
헤럴드경제| 2015-02-23 11:36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6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 영화인들이 모였다. 이들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일방적으로 추진중인 한국 예술영화 좌석점유율 지원 사업을 철회하고, 영진위와 영화계가 처음부터 한 테이블에서 논의할 것을 주장했다. 1년에 26편의 영화를 35개 스크린에서 일정 회차 상영하면 지원금을 준다는 이 정책이, 영화관의 자율적인 작품 선정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상진(47) 엣나인필름ㆍ아트나인 대표도 이 자리에서 만났다. 각자 특색있게 운영되던 예술영화 전용관들이 영진위 위탁업체가 선정한 작품을 일괄 상영한다는 것은 정 대표를 비롯한 운영자들 입장에선 황당한 일이었다. 영진위의 입맛에 맞지 않는 작품은 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에 간섭하겠다는 맥락이 읽혔다. 이는 정 대표가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을 만든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그는 기계적으로 영화를 트는 멀티플렉스 운영에 회의감을 느끼면서, 2년 전 아트나인의 문을 열었다.   


“멀티플렉스(씨너스 1호점)를 운영하면서 ‘과연 이 극장이 내 극장인가’ 싶더라고요. 프로그램을 주체적으로 짜는 게 아니라, 배급사들 힘에 의해서 영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죠. 돈은 벌지만 만족감을 못 느꼈어요. 멀티플렉스를 운영해서 번 돈을 아트나인에 쏟아붓고 있는데 즐거움은 더 커요. 오늘 기자 회견도 여기서 열 수 있는 특권이 있잖아요.”

아트나인은 멀티플렉스 영화관과는 다른 풍경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로비엔 팝콘 대신 파스타 냄새가 그득하고, 시원한 야외 극장이 시선을 잡는다. 상영관 내부엔 세계 최초의 ‘뒤로 기운 스크린’이 자리한다. 영화 상영 전 광고는 없다. “돈보다 중요한 게 뭔지 관객들과 얘기하고 싶다”는 정 대표의 소신 때문이다. 이처럼 신경을 썼지만, 멀티플렉스에 익숙한 관객들의 푸념을 듣는 일도 허다하다.

“파리의 예술영화관을 보면 더 열악한 곳이 많아요. 한국에 가져다 놓으면 일주일 안에 망할 수준이죠. 그런데도 관객들이 극장을 지켜주고 있어요. 예술영화관의 콘텐츠를 지지하는 거죠. 국내 관객들은 멀티플렉스를 기준으로 서비스를 요구해요. 그럴 때는 욕 먹으면서 1년에 5억 씩 적자 보며 이걸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럼에도 정 대표는 “고교 때부터 영화라는 한 길을 쭉 달려 왔으니 5년 후, 10년 후에도 같은 길을 걷고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예술영화 전용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분투도 이어갈 것이다. 자신이 꿈 꿔온 영화를 대중에 선보이기 위해 극장을 만든 만큼, 이를 상영할 권리를 지키려는 것은 당연하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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