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가 키덜트 열풍] “아빠가 장난감과 연애해요”…유통가 키덜트 왜?
뉴스종합| 2015-02-25 09:15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3년 전 롤플레잉 게임 ‘디아블로3’가 발매됐을 때 이를 구입하기 위해 서울 지하철 왕십리역에 새벽부터 늘어선 인파는 우리사회에 큰 놀라움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는 일례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게임 케릭터인 슈퍼마리오 인형 증정 행사를 벌였다 대란을 일으킨 맥도날드의 ‘해피밀’, 그에 못지않은 열풍을 보인 던킨도너츠의 ‘무민’, 서울 석촌호수에 수만 인파를 끌어당긴 ‘러버덕’ 등은 키덜트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이상(異常) 현상’이 아님을 웅변한다.

한때 피터팬 증후군에 걸린 철부지 어른 쯤으로 취급받았던 이들이 당당히 커밍아웃을 할 수 있게 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 중 다수의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것은 사회적 스트레스의 심화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키덜트는 기본적으로 노스탤지어(Nostalgiaㆍ향수)를 배경으로 한다”며 “사회적 경쟁 심화 등의 상황들이 중첩되면서 거기서 벗어나고자 어릴 적에 즐겼던 여러 콘텐츠를 감상적으로 그리워하는 이들도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른이 되면서 주어지는 여러가지 무거운 책임과 치열한 경쟁에서 오는 공포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만들어낸 퇴행 현상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탈권위주의의 영향으로 어른스러움에 대한 사회적 강박이 사라진 것도 어른들이 동심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것을 부추겼다.

교육 및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거나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중장년층이 되면 직장 외에는 달리 그럴 방법이 없다”며 “과거에는 그런 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없었지만, 자녀 수가 적어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소비를 즐길 수 있을 만큼 생활이 윤택해진 상황들이 뒷받침됐다”고 설명했다.

지속되는 불경기도 키덜트족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불황에 립스틱처럼 작은 것에서 자신의 만족을 찾는 ‘작은 사치’가 트렌드가 되는 것처럼, 다른 취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완구류ㆍ만화 등에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여 교수는 “고가의 피규어와 같은 것들이 선호될 수도 있겠지만 일부 마니아층에 해당하고, 범위를 넓혀보면 저가의 만화나 장난감이 주류를 이룬다”며 “장기적인 불황으로 인해 소비의 위축이 일어나고 지갑을 열만한 형편이 안되니까 값싸게 ‘힐링’할 수 있는 방편 중 하나로 선택되는 것”이라고 했다.

paq@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