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2일까지 690만주 사기로
제일기획은 2일 오는 6월2일까지 보통주 690만주를 1442억 원에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4년 연속 자사주매입이다. 이유는 주주 보상 정책의 일관적 추진 및 주가 안정이다.
그런데 제일기획은 지난 해 11월 1836만2500주의 자사주(지분률 15.96%) 가운데 1150만주를 2208억 원에 삼성전자에 매각했다. 그 덕분에 삼성전자의 제일기획 지분률은 12.6%까지 치솟아 1대 주주인 삼성물산 지분률(12.64%)과 거의 같게 됐다. 주가안정을 명분으로 이뤄진 자사주 매입이 지배구조 변화에도 요긴하게 쓰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해 제일기획 임원승진자 4명 가운데 2명이 재무통이었다.
현재 제일기획이 보유한 자사주는 발행주식의 5%인 686만2500주다. 지난 해 이 지분까지 팔았다면 삼성전자가 1대주주가 될 수 있었지만, 시장환경이 여의치 않았다. 당시 처분가격은 주당 1만9200원인데, 2012년 이후 취득한 자사주 1280만주의 매입평균가는 2만3419원이나 된다. 그 이전에 낮은 가격에 취득한 주식이 600여만주가 있지만, 최근 1년 새 주당 2만원 넘게 산 주식을 그 보다 싼 값에 매도하는 데 따른 논란이 일 수도 있었다.
최근 제일기획 주가는 다시 2만3000원대다. 이번 자사주 매입 이후 주가가 평균 2만35000원 이상만 된다면 보유중인 자사주를 모두 삼성전자에 처분해도 뒷말이 나오기는 어렵다. 특히 제일기획은 사업 측면에서도 삼성전자와의 시너지가 상당히 높다.
삼성물산은 한 때 그룹내 소지주로 불릴 정도로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이뤄진 사업구도 재편과 지난 해 한화그룹과의 빅 딜 등으로 삼성물산이 최대주주인 주요 계열사는 이제 삼성전자와 제일기획 뿐이다. 제일기획마저 삼성전자 자회사로 바뀌면 삼성물산이 지배하는 유일한 회사는 삼성전자가 된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