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발품조차 설렌다, 특별한 커피
뉴스종합| 2015-03-04 11:23
‘홍대’로 묶이는 테두리의 끝자락 쯤으로 거처를 옮긴 후 맞은 첫 주말. 동네 탐색을 위해 아침 일찍 간단한 산책을 나섰다. 북적한 홍대거리와는 대조되는 낯선 고요함을 가로지르며 골목골목을 누비는 찰나, 신경을 곤두세우는 탄 냄새가 콧 속을 파고든다. 고요한 골목 한 가운데서 잔뜩 긴장한 채, 냄새의 근원지를 따라 걷다 멈춘 곳은 다름아닌 한 카페(후에 알았지만 서울 내에서 손에 꼽히는 커피 전문점이다).

이렇다할 꾸밈없이 무심하게, 카페보다는 공장에서 느낄만한 투박하고 날 것의 느낌을 내뿜는 그 곳에서 만난 것은 태어나 본 적 없는 커피 생두(生豆) 포대들과 거대한 로스팅 기계였다. 만약을 대비해 휴대폰을 꼭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슬쩍 푼 것은 그때였다.

카라멜마끼아또 대신에 아메리카노를 시키며 ‘커피 좀 안다’고 생각한 보통의 커피 음용자. 무슨 커피를 어떻게 마시냐는 관점에서 봤을 때 본인은 영락없는 커피 초보다. 그래서다. 세심하게 원두를 고르고, 정성스럽게 볶고, 조심스럽게 내리는 일련의 과정들이 생소한 것은 당연했다. 갓 내려진 커피 한 잔을 받아들었다. 한 모금 한 모금에서 느껴지는 ‘수고스러움’이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는 지도를 보며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찾는 커피가 내 집과 가까이에 있다는 괜한 자랑스러움, 그리고 누군가가 맛있는 한 잔을 위해 정성스럽게 빚은 커피를 마신다는 ‘특별함’ 때문에. 



까다로운 사람들을 위한 ‘스페셜커피’여정

“여기 커피는 맛이 없다”. 브랜드 커피라면 마냥 좋을 때가 있었다. 어느 순간 함께 동행한 친구들이, 또 선후배들이 커피의 맛을 따지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커피를 마시다보니 자연스럽게 나름 ‘커피 맛’에 대한 기준이 생겼기 때문일테다. 커피에 관해서만큼은 더 냉정해진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커피도 더 까다로워졌다.

사실 스페셜티(Specialty) 커피의 뜻을 풀어보면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다. ‘그렇고 그런’ 커피들과 차별화돼야 한다는 것이 방점이지만, 결국 높은 품질을 가진 맛있는 커피가 바로 스페셜티 커피다. 맛은 주관적이다. 마찬가지로 커피가 특별하다고 느끼는 기준도 마시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시작은 저하된 커피의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1970년대 미국, 대형 커피전문점들의 경쟁으로 원료 생두의 품질이 낮아지고 거기에 커피를 대체할만한 다양한 음료들이 개발되면서 일어난 자성적 움직임이 바로 스페셜티 커피였다. 자꾸만 감소하는 커피 소비량을 제고하기 위해 우선 ‘좋은 커피’에 대한 기준의 정립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스페셜티 커피’란 이름을 달기 위한 과정은 꽤 까다롭다.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엄격한 분류기준을 적용해 재배에서 수확, 결점두의 종류와 개수, 생두의 신선도, 수분율, 커핑시의 향미 모두에서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 상위 10% 내에 들어야 스페셜티 커피라고 불릴 수 있다. 단위 무게당 결점이 있는 원두수가 적어야 하고 커피를 내렸을 때 단순히 맛이 좋은 정도가 아닌 뛰어난 커피여야 한다. 무엇보다 원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명확한 특성이 있어야한다.

재배지역 역시 고도와 기후, 토질을 비롯해 숙련된 기술자에 의해 재배됐는 지도 기준에 포함되며 뒤이은 가공과정과 선별과정, 유통되는 전체적인 관리까지 엄격하게 심사한다. 해당 원두가 가진 특색을 충분히 발현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로스팅이 됐는지, 원두는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보관되는 지도 스페셜티 커피의 중요한 심사기준이다. 여기에 원두가 숙련된 바리스타의 손에서 적절한 추출기구를 사용해 한 잔의 커피로 완성이 되는 지 여부도 물론 필수다. 이 같은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단연 인디업체들이다. 자체 로스터리를 갖고 직접 선별한 생두를 일정량만 볶아 최상의 맛을 내는 시간 내에 최적의 방법으로 커피를 추출한다. 대량 생산보다는 소량이지만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일관된 목표다. 최근에는 각종 블로그나 SNS를 통해 좋은 맛을 내는 인디업체들이 메이저 브랜드 못잖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일상에서 혹은 동네에서 무심코 만나게 되는 한 잔의 ‘사치’

특별한 한 잔을 즐기기 위한 방법은 시간을 쪼개 열심히 발품을 파는 것에만 있지 않다. 길을 걷다가 무심코 만나게 되는, 혹은 동네마다 하나씩은 꼭 있을법한 브랜드 커피 전문점들도 질과 맛을 끌어올린 스페셜한 커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한 잔의 사치가 기꺼이 허용된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싱글 오리진 프리미엄 커피를 제공하는 스타벅스 리저브를 지난 2014년 3월18일 처음 선보였다. 1년 여가 지난 지금, 하루 평균 1개 매장에서 50여잔이 판매될 만큼 차별화와 대중성 사이에서 비교적 잘 자리를 잡았다. 스타벅스 리저브 커피는 단일 원산지에서 극소량만 재배된 원두를 한정된 기간에 제공한다. 두달을 기준으로 새로운 종류의 리저브 원두를 소개하는 것이 보통이다. 스타벅스 리저브 커피는 주문과 동시에 저울에 1잔 분량의 원두를 계량하고, 전용 그라인더에 갈아서 리저브 커피 추출기인 클로버® 머신으로 추출해 신선하게 제공된다. 최적의 시간과 최적의 온도에서 커피가 가진 풍부한 풍미를 최고조로 이끌어내 단 한 잔을 위한 커피를 만들어 낸다. 올해 1월부터는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인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제공하고 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블루 산맥의 해발 7000피트 고도, 지형, 토양, 비, 그리고 지역의 푸른 안개가 만든 이상적인 기후에서 자라난 고급 커피다.

폴 바셋은 전 세계의 커피 산지와 농장에서 직접 엄선한 최상급 생두를 독자적으로 선보인다.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찾아내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는 것이 폴 바셋의 브랜드 철학. 엄선된 최고 품질의 생두는 각 원두를 특성에 맞게 독자적인 배합비, 차별화된 로스팅 기법, 급속 냉각과정을 통해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이 살아있는 폴 바셋만의 특별한 원두로 탈바꿈한다. 전문적인 바리스타의 손을 거쳐 한 잔의 커피가 내려지는 데, 시럽 등의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은 오리지널 커피만을 추구한다. 진하면서도 부드럽게 입안에 감기는 맛의 룽고(Lungo),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넣은 카페라떼(Caffe Latte), 커피의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에스프레소(Espresso)는 폴 바셋 만의 커피 철학이 담겨있는 대표 메뉴다.

탐앤탐스는 지난 2013년 5월 압구정에 싱글오리진 커피 ‘더칼립소’를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매장을 열었다. 지금은 도산로와 이태원, 청담점에서도 운영 중이며 오는 3월에 명동 눈스퀘어에도 프리미엄 매장이 들어선다. 전용 프리미엄 블렌딩 커피와 전 세계 각국의 싱글오리진 커피를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해 판매하고 있다. 에스프레소와 드립 중에서 원하는 추출 방식을 선택해 누구나 자신의 기호에 맞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메뉴는 ‘프리미엄 블렌딩’과 ‘싱글 오리진’, ‘디카페인’으로 분류된다. ‘프리미엄 블렌딩’은 탐앤탐스 프리미엄 매장만의 블렌딩을 소개하며 ‘디카페인’은 강한 신 맛과 마일드한 맛의 카페인을 줄인 커피다. 원두를 선택할 수 있는 싱글 오리진은 케냐AA, 인도네시아 토라자 G1, 동티모르 AAA, 에디오피아 시다모 G4,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G2 등을 제공하고 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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