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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자 참여늘고 샐러리맨 감소...배심원 구성 다양화 필요
뉴스종합| 2015-03-05 11:26
일부 논란불구 순조롭게 정착
하루 일당 12만원 지급…판사와 평결 일치율은 93%


#.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100여명의 배심원 후보자들이 모였다. 이날로 예정된 철도노조 파업 관련 김정훈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회사원 A씨도 재판 참석 통보를 받고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A씨는 이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열 명의 배심원단에 들어가려면 3일 동안 빠짐없이 재판에 참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겨우 회사에서 나올 수 있었던 그는 결국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원을 나갔다. A씨에 따르면 그가 확인한 8명의 배심원 중 6명이 주부였고, 2명의 남성 배심원도 일정한 직업이 없는 사람으로 선출됐다. 


▶참여 다양성 늘어났을까…회사원ㆍ자영업자 비율 6년새 14.4% 감소= 국민이 직접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2008년 첫 시행 이후 1500회를 맞게 됐다. 오는 24일 대구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이 그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올해로 7년째인 국민참여재판은 일부 논란도 있었지만 순조롭게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참여의 다양성 문제가 꼽힌다. 5일 대법원의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구성비율’ 자료에 따르면 2008년 58.1%에 달했던 회사원과 자영업자의 비율은 지난해 43.7%까지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주부와 학생의 구성비율은 같은 기간 15.6%, 6.9%에서 각각 19.8%, 9.2%까지 늘어났다. 무직ㆍ일용직ㆍ직업란 미기재자 등을 포함하고 있는 기타의 경우에는 19.4%에서 27.3%까지 증가했다.

실제로 법조계 의견을 종합하면 사안이 중요하고 참여기간이 길어지는 재판일수록 시민들의 배심원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재판 참여가 귀찮고 힘든 일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배심원 후보자는 20대 이상 그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직업ㆍ나이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추출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문제가 있을 정도로 (구성원 비율이) 치우친 수준은 아니다”며 “시민들이 더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 하루 일당 12만원으로 인상…미국은 10~30달러 수준=하루 12만원인 배심원 일당에 대해서도 “더 줘야 한다”, “너무 적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현재 배심원단으로 참여하는 배심원과 예비배심원에게는 일당 12만원이 지급된다. 일단 법원에 왔다가 적격 심사를 받고 돌아가는 배심원 후보자에 대해서는 6만원이 주어진다. 오래전부터 배심원제가 정착된 미국에서는 불출석하는 배심원에 대해 벌금은 물론 구류까지 선고하는 주도 존재한다. 일당도 10~30달러 수준으로 한국에 비해 낮다. 하지만 미국의 배심원제는 형사재판에만 적용되는 한국과 달리 민사까지 실시되고 배심원들의 유ㆍ무죄 평결이 구속력을 갖는 등 사회 속에 뿌리 깊게 내려 있다.

지난 2011년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은 배심원 출석 통보를 받고 델라웨어 주의 법원에 다른 100여명의 예비 배심원과 함께 출석하기도 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오전 내내 대기하다가 배심원에 선정되지 않아 워싱턴으로 돌아갔지만 “사법 시스템 유지에 참여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판결와 배심원 평결 일치율 92.8%…제도 악용하는 경우도=국민참여재판 시행 이후 2014년 말까지 배심원단의 유ㆍ무죄 평결과 판사의 판결 일치율은 92.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문적인 법적 지식을 갖추지 않은 배심원단의 생각이 판결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한 중견판사는 “민사 사건에서는 전문적인 법적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형사 사건은 주어진 자료를 토대로 피고인이 범인인가 아닌가를 가리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상식 선에서 일반인들도 법관에 준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49조에 따르면 배심원 평결과 다른 판결을 선고한 경우 담당판사는 그 이유를 판결서에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이런 부담 때문에 일부 판사들은 배심원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높아는 것이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런 성향을 알고 의뢰인에게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권장하기도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량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배심원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등 국민참여재판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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