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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집사의 '사랑의 猫약']소망이, 사랑이 앞에선 ‘고양이 앞에 쥐’
헤럴드생생뉴스| 2015-03-06 11:13
덩치는 커도 싸우면 번번히 밀려
얼굴에 상처 등 괴로움의 연속
소망이에 곁을 허락않는 사랑이
언제나 마음열고 다정해질지…



중성화 수술을 했던 병원에서 입원한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랑이의 성격은 180도 변했습니다.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술 이후 아플 때 곁에 아무도 없다는 좌절감과 배신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죠. 아내와 기자는 그 때의 일을 회상하며 ‘왜 집으로 데려오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 이야기하곤 합니다.

까칠해진 성격은 사랑이를 ‘독재자’로 만들었습니다. 기자에겐 영락없는 요조숙녀지만, 아내와 있을 땐 거친 골목대장으로 변합니다. 사랑이는 언제나 기자가 알 수 없도록 이중적인 모습, 즉 뛰어난(?) 연기력을 과시했습니다. 우연하게 그 광경을 목격하기 전까진 말이죠.

최정상에 오른 사랑이와 아래에서 눈치를 보는 소망이. 짬밥(?)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소망이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형국은 그대로 입니다. 몸집은 사랑이보다 훨씬 커졌지만, 어릴 적 트라우마 탓에 어깨를 한 번도 펴지 못하고 있죠. 새벽에 불 꺼진 거실에서 싸움이 일어나면 소망이의 얼굴엔 상처가 생기기도 합니다. 최근엔 겨울휴가를 맞이해 오랜 시간 집을 비우면서 어머니께서 둘을 돌봐줬습니다. 우리가 집에 돌아온 뒤 만난 소망이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공포에 떨고 있었습니다. 아마 소망이에게 지난 일주일은 지옥보다 더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갖은 괴롭힘과 스트레스로 반려인만을 기다렸겠죠.

전문가들은 고양이의 영역싸움이 2세와 4세 사이에 최고조에 이른다고 합니다.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 지는 성숙단계에 들어가면서 활동영역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다는 분석이죠. 일반적으로 중성화를 거치지 않은 수컷의 경우엔 더 심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망의 경우엔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미 중성화를 마친데다 암컷인 사랑이가 영역에 대한 집착이 없었기 때문이죠.

질투에 의한 행위라는 추측도 해봤습니다. 둘에게 동일한 사랑을 주려 노력했지만 허사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샴과 같은 일부 품종의 질투심이 강하다며 심리적으로 안정적으로 적응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관련 정보를 얻은 뒤에 봤지만, 이 역시 이유는 아닙니다. 사랑이와 소망이, 둘 모두 코리안숏헤어로 사랑이의 성격적인 문제가 컸습니다.

고양이의 잘못된 행동 패턴을 막는 ‘천벌(天罰ㆍ하늘이 내리는 벌)’도 실험해 봤습니다.

잘못을 저지를 경우 고양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분무기를 뿌리거나 소음을 발생시켜 ‘내가 이렇게 하면 벌을 받는구나’란 느낌을 받게하는 작전이죠. 집사들이 종종 사용하는 성공 확률이 높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패 했습니다. 머리가 좋은 사랑이는 잠시의 틈을 허락하지 않을 뿐더러, 귀신 같이 알아채고 놀이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둘의 거리는 여전합니다. 축적한 경험과 불굴의 고집이 정설(定說)을 뒤집는 사례는 사람이나 고양이나 다 있는 일입니다. 오랜 동거기간에도 소망이에게 곁을 주지 않는 사랑이. 녀석이 소망이를 한참 아래로 보고 수하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거실을 약육강식의 정글이라고 생각한다면 답은 더 명확해집니다.

어쩌면 우애가 좋은 형제간 거친 장난처럼, 계속된 충돌은 사랑이에게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반려인으로서의 역할은 같은 애정을 공평히 두 녀석들에게 주는 것이겠죠.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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