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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확신범”…신념으로 포장된 극단적 이념주의 극성
뉴스종합| 2015-03-06 11:09
美 대사 테러사건 확신범 전형…목적위해 수단·방법 안가려


극단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이를 ‘신념’으로 포장하는 ‘확신범’ 범죄가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편향된 이념으로 끔찍한 인명 살상 테러를 하고도 , 이를 신념으로 정당화하는 것. 최근에는 10대 청소년 범죄에서도 이같은 확신범 성향이 드러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5일 마크리퍼트 주한미국 대사를 테러한 김기종(55) 씨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확신범’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범죄심리전문가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확신범이란 수단과 방법은 범죄행위지만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는 합리화된다는 신념을 갖는 사람”이라며 “이들은 자신의 범죄가 법보다 중요한 상위개념의 목적을 위해 합리화된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씨는 지난 2010년 7월 일본 대사에게 시멘트 조각을 던지는 테러 행위를 하고, 1988년 ‘우리마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2007년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극단적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그는 늘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토주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며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시킨다.

김 씨와 같은 확신범은 최근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린다.

지난 2011년 노르웨이에서 있었던 연쇄테러의 용의자 베링 브레이빅 역시 사건 직후 변호인이 “과대망상 환자고 제정신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지만 대다수의 범죄학자들은 “브레이빅은 오랜 시간 공들여 범죄를 준비해온만큼 단지 미친사람으로 취급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브레이빅은 당시 범죄를 위해서 극우단체와 접촉하고, 범행 전 선언문을 메일로 보내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폭력적이거나 반이슬람적인 성향은 보여주지 않았다.

헤럴드경제가 6일 ‘우리마당’ 인근의 주민들을 만나 취재한 결과 김기종 씨 역시 평소 반미적 성향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날 범행당시 그는 미리 준비해온 칼을 꺼내 미국 대사를 수차례 찌를 정도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데로 행동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노르웨이 테러나 최근 IS의 무차별 테러 역시 확신범에 의한 범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확신범의 범죄가 자칫 청소년들에게 영웅으로 묘사돼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지난해 12월 재미동포 신은미 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토크콘서트장에 사제 폭탄을 터뜨려 청중들에게 상해를 입힌 고등학생 오모(18) 군 의 경우도 전형적인 확신범의 모습의다. 범행 전 오 군은 신 씨에게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했지 않느냐”고 물은 후 인화물질을 투척했다.

조사결과 오 군은 이미 범행 5개월 전 인터넷을 통해 구한 화학약품을 보관하고 있던 중 토크콘서트 소식을 듣고 미리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확신범을 키우는 집단문화 역시 개선돼야 한다.

표창원 교수는 “잘못된 영웅화는 확신범들이 보편적인 인정은 받지 못하더라도 소집단 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인정욕구를 채워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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