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유로존의 양적완화에 부심하는 동유럽
뉴스종합| 2015-03-06 16:34
[헤럴드경제=인터내셔널섹션]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가 임박하면서 유로화를 쓰지 않는 동유럽 국가들이 부심하고 있다.

오는 9일부터 ECB가 매달 600억 유로씩 돈을 풀 경우 유로화를 쓰지 않는 동유럽 국가들은 통화가치가 상승해 수출이 감소하고, 경기가 급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동유럽 국가들의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결국 하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처럼 금리를 낮추는 식으로 돈을 더 풀어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막는 것이다. 유로존의 양적완화에 대응한 일종의 맞불 작전이다.


하지만 이나마도 쉽게 용단을 내리기 어렵다. 유로화 가치 하락에 대비해 미리 돈을 풀었던 국가들이 대부분이어서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않다.

폴란드는 그나마 여유있는 국가에 속한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지난 4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1.5%로 0.5%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10월 0.5% 포인트 금리 인하에 이은 두번째 조치다. 하지만 폴란드는 이번에 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없다”고 공표했다.

마레크 벨카 폴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2017년까지 2.5% 이내로 잡힐 것으로 보여 금리를 더 내릴 여지가 없다”면서 “금리를 낮출 여력을 소진했다”고 토로했다. 이번 조치로 폴란드 통화인 즐로티의 환율은 1 유로당 4.1523즐로티로 전날보다 0.3% 상승했다. 통화가치가 그만큼 하락한 것이다.

반면 동유럽의 새로운 경제부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졌던 체코와 헝가리는 대책이 없어 고민이다.


체코 중앙은행은 지난 2012년 11월 금리를 0.2% 포인트를 낮춰 사상 최저치인 0.05%로 운용하고 있다. 금리를 더 떨어뜨릴 여지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체코는 그래서 외환시장 개입에 의한 환율 안정을 도모하는데 총력을 쏟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체코가 내년까지 1유로당 27코루나를 지키려고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헝가리는 이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헝가리는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1개월간 매달 약 0.25% 포인트씩 금리를 내려 기준금리를 2.1%로 운용하고 있다. 선제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풍부해져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그동안 실탄을 모두 소비해 추가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앞으로 유로화가 풀리면 환율이나 기준금리 등 거시 경제 운용에 차질을 불가피하다.

한편 유로화를 쓰지 않는 서유럽의 부국 스위스는 유로존의 양적완화에 대비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는 등의 극약처방을 내렸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해 말 0%인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25%로 낮춘데 이어 지난 1월 0.5% 포인트 더 낮춰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75%로 떨어뜨렸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은행에 돈을 맡길 이유가 없다. 달리 얘기하면 은행의 수신기능을 포기하도록 하는 조치이다.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서 스위스 중앙은행이 내린 극약처방인 셈이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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