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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장ㆍ차관,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사랑’ 여전
뉴스종합| 2015-03-09 07:07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10대 재벌그룹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4명은 청와대나 장ㆍ차관 출신의 정부 고위직 또는 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권력기관 출신의 사외이사를 영입해 방패막이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벌닷컴은 10대 그룹이 올해 주총에서 선임(신규ㆍ재선임)하는 사외이사 119명 가운데 39.5%(47명)는 장ㆍ차관, 판ㆍ검사,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직업별로는 정부 고위직이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판ㆍ검사(12명), 공정위(8명), 국세청(7명), 금감원(2명)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정부 고위직 가운데 장ㆍ차관 인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정부 고위직 18명 가운데 장ㆍ차관 출신은 12명(66.7%)으로 지난해(6명, 27.2%)의 2배에 달했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생명이 박봉흠 기획예산처 전 장관과 김정관 지식경제부 전 차관을, 삼성SDI가 노민기 노동부 전 차관을 사외이사로 각각 재선임한다. 기아자동차는 이달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SK C&C(하금열 전 대통령실장), SK텔레콤(이재훈 산업자원부 전 차관) 등 SK그룹 계열사들 역시 정부 고위직 출신을 사외이사 자리에 앉히며,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은 각각 문성우 법무부 전 차관과 김성호 보건복지부 전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택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신규 선임하는 사외이사도 모두 고위공직자나 권력기관 출신이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전 장관, 박병원 대통령실 전 경제수석비서관,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이 대표적인 예다. 이 중 김대기 전 수석은 SK이노베이션의 사외이사도 맡을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무조사 방패막이’로 사랑받는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로는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이병국(현대차), 전형수(GS글로벌), 이주석(대한항공) 씨와 박차석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롯데제과) 등이 올해 선임될 예정이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현대글로비스), 홍만표 전 대검 기획조정부장(LG전자), 변동걸 서울중앙지법 전 원장(삼성정밀화학) 등은 판ㆍ검사 출신 법조계 사외이사다. 또 두산중공업은 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롯데제과는 강대형 공정위 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한편 그룹별로는 LG그룹이 사외이사 13명 가운데 1명만 검찰 출신으로 선임해 권력 기관 비중(7.7%)이 가장 낮았다. 반면 두산그룹은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8명(88.9%)을 권력 기관 출신으로 선임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한진그룹의 권력 기관 출신 비중은 각각 50.0%였으며, 다음으로는 GS(40.0%), 삼성(39.3%), SK(35.0%), 한화(33.3%), 롯데(30.8%)순이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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