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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신드롬 논란…한국의 정 & 과잉 친절
뉴스종합| 2015-03-10 09:55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지난 5일 조찬강연회에서 흉기 피습을 당해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사고 발생 6일만인 10일 오후 퇴원한다.

윤도흠 병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오후 1∼3시 사이 리퍼트 대사가 퇴원할 예정”이라며 “얼굴의 통증은 거의 없고, 손목은 전체를 10으로 봤을 때 1∼2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나, 약한 진통제로 조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가 흉기 피습으로 입원한 6일간 대한민국 곳곳에는 ‘리퍼트 신드롬’이 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대사 흉기피습 사건에 대한 사과의 방식과 정서가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자성론도 제기된다.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병실을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사건 당일인 지난 5일 엄마부대봉사단 등 6개 시민단체 20여명은 신촌세브란스병원 앞에서 ‘리퍼트 대사님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집회를 열었다.

10일까지 매일 집회를 열고 있는 주옥순(62ㆍ여) 엄마부대봉사단 상임대표는 “우리가 하는 일에 국민들의 마음이 모두가 함께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아침에는 권송성(75) A사 회장이 “한국에도 착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며 삶은 개고기와 미역 1박스를 전달해달라는 일도 있었다.

이는 외신에서도 화제가 됐다. 폭스뉴스는 ‘보통 한국 사람들은 개고기가 수술을 받은 환자가 몸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오래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7일에는 도심 한복판에서 부채춤과 난타, 발레 공연이 벌어지기도 했다. 8일부터는 박근혜 대통령의 여동생인 박근령 여사의 남편 신동욱(47) 공화당 총재가 신촌세브란스 앞에서 석고대죄 단식을 벌이고 있다.

그는 “석고대죄는 예로부터 왕실에서만 했다. 난 박정희 대통령 사위이고 현 대통령의 제부인데 과거로 치면 그런 격”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습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트위터 상에는 ‘상대방이 좋아할지 말지는 관심 없고 내 기준으로 베푸는 친절(@sxn○○○○○)’, ‘자신들이 치성을 드린다는 만족감만 가득한(@sld○○○○○)’ 등의 비판이 일었다.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unheim)는 ‘강박증이자 분단의 정신병리학’이라는 쓴소리도 날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 개인의 범죄일 뿐 우리나라 전체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심리가 있고, 사과라는 선(善)한 행동도 전염성이 있는데 사과의 ‘동조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하지만 사과 표현에 차별화를 이루려다가 부채춤과 같이 선을 넘는 행동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표성 없는 한 개인의 범죄를 국민 전체를 인용해 사과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며 “중국과 상하관계가 뚜렷했던 시대에 중국 사신이 큰 위해를 입은 듯 행동하는 것은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버지니아에서 재미교포의 총기 사건이 있었을 때 주미 대사가 한국인을 대표해서 사과한다고 했는데 당시 미국의 반응은 ‘한국 대사가 왜 사과를 하느냐?’는 것이었다”며 “집단과 개인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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