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미궁살인 사건 DNA가 해결
뉴스종합| 2015-03-10 11:13
운동화 끈에서 미량 DNA 확보
CCTV영상 확보 용의자 압축…경찰 80대 재력가 살해범 검거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80대 재력가 노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지 약 보름 만에 유력한 용의자가 검거됐다. 단서는 고인의 목에 남겨진 용의자의 유전자정보(DNA)였다.

10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DNA로 함모(88ㆍ여) 씨를 살해한 혐의로 정모(60) 씨를 양재동 자택에서 9일 오후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중 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미궁의 살인사건, DNA로 잡았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발생한 사건 현장 인근에 CCTV가 거의 없는 데다 확보한 CCTV 영상도 알아보기 힘들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사건 발생 전 의문의 남성이 집에 들어왔었다” “고인이 전화를 걸어 온 텔레마케터와 싸운 적이 있다”는 등 친척과 이웃 주민들로부터 다양한 진술이 나왔지만, 범인을 밝히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6일 숨진 함 씨의 목과, 함 씨의 손을 묶을 때 사용한 운동화 끈에서 DNA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활기를 찾았다.

경찰은 사건발생지 인근의 차량 블랙박스와 CCTV 등을 분석해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을 압축했다.

이후 세입자, 이웃 등의 동의를 얻어 이들의 DNA와 용의자의 DNA를 대조해 정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또한 현장에서 정 씨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하고, 주민들로부터 사건 당일 함 씨의 집에 들어가는 남성이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내면서 다른 단서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30년이나 알고 지낸 세입자, 왜 죽였나=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함 씨 소유의 다세대 주택에 살았던 세입자였다. 최근에는 인근에서 인테리어 가게 일용직으로 근무해왔다. 또한 보험사기와 폭력 등으로 징역1년을 선고받은 전과도 있다.

하지만 우울증 약을 복용할 정도로 우울증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경찰의 말과 달리, 인근 주민들은 그를 “밝고 명랑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사건발생지 주변에 위치한 철물점 주인은 “싹싹하고 밝은 사람이었고, 할머니랑 특별히 안좋은 사이도 아니었다”며 “계획적이기보다는 충동적으로 저지른 범죄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범행동기를 집중 조사하고 있지만 정 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숨진 함씨는 도곡동에 아파트 한 채와 2층짜리 주택 등 30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였다. 6년 전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 생활하던 함 씨는 지난 달 자택에서 운동화 끈으로 두 팔이 묶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당시 함 씨는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으며 방 안에는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