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
[축구 읽어주는 기자]국내 컴백 박주영은 ‘양날의 칼’
엔터테인먼트| 2015-03-10 16:50
-1997년 붉은악마 창설 당시 멤버였던 김수한 기자의 축구 이야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10일 오전 박주영이 K리그 FC서울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박주영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국제무대에서 괄목할 만한 활약을 펼쳤지만 해외 소속팀에서 여러차례 구설수에 올랐고 결국 국내 축구계로의 유턴이라는 막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박주영에 대한 엇갈린 평가는 그의 축구 실력이 뛰어났음에도 그의 처신은 대중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에 있다.

박주영의 첫 출현 당시 그는 국내 축구계가 낳은 희대의 천재로 여겨졌다.

지난 2004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박주영은 우리 대표팀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1골 1도움으로 승리에 결정적 공헌을 했고(2대2 무승부 후 한국이 승부차기 승리), 중국과의 결승에서 2골을 넣어 2대0 승리의 주역이 됐다.


2004년 아시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박주영이 중국을 상대로 골넣는 장면



당시 박주영이 중국 수비진 4명을 개인기로 농락하며 골을 넣는 장면은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든 ‘인생골’이 됐다. 8년 후인 2012년 런던올림픽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박주영이 일본선수 4명을 제치고 넣은 선제골 역시 그의 부활을 알린 또 하나의 ‘인생골’이었다.(구자철 추가골로 2대0 승리, 올림픽 동메달 획득)

그러나 하늘은 역시 모든 걸 주지 않는 듯 하다. 박주영은 그 외의 순간에는 기대만큼 빛을 발하지 못하고 오히려 잦은 구설수에 올랐다. 포항스틸러스의 지원으로 브라질 축구 유학을 다녀왔지만 FC서울 입단을 택해 K리그 입단 초기 구설수에 올랐고 프랑스리그 AS모나코 소속 당시에는 모나코 영주권 취득을 통한 편법적인 병역연기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나중에 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문제는 해결됐다.)

AS모나코에서 릴OSC로의 이적이 예정돼 있었지만 갑자기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구단 아스널로 이적을 추진하면서 ‘상도’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어렵게 옮긴 아스널에서는 주전경쟁에 밀려 장기간 벤치워머로 시간을 보내면서 ‘먹튀’ 논란에 시달렸다. 그는 아스널에서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위한 실전감각을 익히기 위해 영국 2부리그인 왓포드로 옮겼다가(임대 이적)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다시 스페인리그 약체 셀타비고로 임대 이적했지만 역시 그저 그런 모습으로 실망을 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원따봉, 원독수리’ 논란 등 부진에 빠져 당시 소속팀에서 활약이 없는 그를 억지로 발탁한 홍명보 감독과 함께 ‘의리’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박주영의 ‘원 따봉’으로 알려진 장면



브라질 월드컵 이후에는 사우디리그 알샤밥에 입단했으나 역시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가 10일 FC서울 이적 단계까지 온 것이다. 게다가 FC서울 이적 소식이 발표됐지만 전 소속팀인 알샤밥과의 계약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논란은 또 다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3월 첫째 주말 K리그가 일제히 개막했다. 간만에 축구경기장에 관중이 꽉 들어차며 K리그 흥행조짐을 예고했다.

박주영이 K리그에서 활약한다면 K리그 부흥을 위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로서는 ‘막다른 골목’인 K리그에서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K리그와 그의 소속팀 FC서울의 인기 하락은 불보듯 뻔하다. 더군다나 시대가 낳은 한 축구천재의 쓸쓸한 퇴장을 예감하는 축구팬들 역시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축구 천재의 K리그 복귀 소식. 모처럼 봄 기운 완연한 K리그에 양날의 칼로 여겨진다.

sooha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