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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시장에도‘乙의 반란’…단체행동에 기업들‘깜놀’
뉴스종합| 2015-03-11 11:12
학창시절부터 승무원을 꿈꿔온 대학생 A(23ㆍ여) 씨는 최근 외국계 항공사 취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국내에도 대형 항공사가 있지만 최근 기업 평판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내문화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당 사이트에는 “수익성을 기준으로 사업할 것, 손해 볼 게 뻔한데 오너 말이라면 한 마디도 못하는 수직적 문화가 제일 문제” “2세 관리가 시급함, 직원을 종 부리듯 하고 아무데서나 소리지르고 폭행하는 행위는 범죄행위” “박봉에 낮은 임금상승” 등 한 항공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게재돼 있었다.

A 씨는 “서비스직인데 인격모독을 받으며 일할 수는 없을 것 같아 가능하면 외국계 기업에서 즐겁게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취업시장에 ‘을의 반란’이 거세다. 취업에 목말라 ‘을’의 위치에만 있던 구직자들이 각종 기업평판사이트에 현직자들이 제공한 정보를 통해, 선택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

젊은 구직자들이 높은 연봉 뿐 아니라 ‘사내문화’ ‘삶과 일의 균형’ 등을 직장의 중요 요소로 생각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기업 평가 기반 소셜 미디어 기업인 잡플래닛은 최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 약 35만 여 기업에 대한 평가를 공개하고 있다. 취업준비생에서부터 경력직 이직 준비자까지 수백만 명이 이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직원들 입단속이 철저하기로 유명한 삼성전자의 경우 “기업문화가 폐쇄적이다” “수직적 조직” 등의 단점이 많이 게재돼 있으며, “경쟁사 대응만 할 게 아니라 시장의 니즈에 맞는 제품군을 출시했으면 좋겠다”는 다소 민감한 조언도 있다.

비교적 높은 총만족도 점수를 받은 ‘다음카카오’의 경우에도 “벤처 정신을 잃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런 평가는 실제로 구직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이 사이트에 게재된 기업 평가 때문에 경력직 채용에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며 게시글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IT 기업의 정보만 게재되는 기업평판사이트 ‘꿀위키’에는 연봉과 직급 등 내부정보까지 자세히 게재되고 있다. 실제로 구직자들이 해당 업체로 전화를 걸어 이에 대해 확인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기업은 평판사이트 업체에 직접 연락해 게시글 삭제를 요청하기도 한다.

한 중견급 교육업체 대표는 수시로 해당 기업에 전화를 걸어 민감한 평가 삭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소셜네트워크형식으로 참여자들이 직접 게재한 글인만큼 삭제는 쉽지 않다.

국내 한 유통 대기업 홍보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와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평가를 보고 실제로 내부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된다”면서도 “대기업의 경우 조직문화를 한 번에 바꾸는 게 쉽지 않아 관심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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