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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포가 80%…대동초교를 아시나요
뉴스종합| 2015-03-11 11:10
영등포구 대림2동 소재
마치 옌볜 소학교 보는듯…한국학생들은 기피…전학 일쑤
학부모-교사 의사소통 어려움도…강향옥 교장 “당국 도움 절실”


“아직 한국에 온지 한달밖에 안 돼서 한국어가 어려워요”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데 곤란한 점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임선례(12ㆍ가명) 양은 어눌한 말씨로 이렇게 대답했다. 먼저 한국에 와 정착한 어머니를 따라 지난달 초 동생과 함께 뒤늦게 한국에 온 임 양은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에서 온 중국동포다.

임 양보다 4년 먼저 한국에 왔다는 심미진(12ㆍ가명) 양도 “처음엔 적응하기가 힘들었는데 이젠 괜찮다”면서 “반 친구 중 몇몇은 한국어가 익숙지 않아 아직도 중국어로 대화한다”고 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의 대동초등학교 정문 옆에 걸린 플래카드에 중국동포들의 쓰레기 무단투기를 금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의 대동초등학교 정문 옆에 걸린 플래카드에 중국동포들의 쓰레기 무단투기를 금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11일 본지 기자가 찾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의 대동초등학교는 중국 옌볜의 소학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겉보기엔 여느 한국 초등학교와 다를 바 없지만, 실상 지난해 기준 이곳 아이들의 35% 가량은 중국동포다. 전교생 535명 중 약 187명이 중국에서 왔다.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감춰진’ 중국동포 아이들도 있어,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70~80% 수준이었다.

저학년으로 내려갈수록 중국동포 비율은 80% 정도로 높아졌다.

올해도 당초 입학하기로 돼 있던 49명의 아이들 외에, 예상치않게 한 학급 수에 육박하는 25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겠다고 찾아왔다.

대부분 불법체류자의 자녀나, 외국인등록증만 가진 아이들이다.

유엔(UN)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이들의 입학을 허가해주다보니, 올해 1학년은 두 반에서 세 반으로, 한반이 늘었다.

반대로 입학하기로 돼 있던 49명 중 7명의 한국 아이들은 다른 초등학교로 ‘빠져나갔다’. 자녀가 중국동포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걸 기피하는 한국인 부모들이 일찌감치 아이들을 다른 학교로 입학시킨 것이었다.

다른 학년에서도 한국 아이가 전학을 가는 일이 적잖아, 해마다 중국동포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학교에선 한국 아이들이 외려 ‘소수자’다.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가 ‘○○이가 중국어로 욕했다’며 울먹이고, 중국동포 아이들이 ‘왜 ○○이는 중국어를 못하냐’고 되묻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일과시간에 한국어가 아닌 중국어로 대화하는 아이들도 각 반에 2~3명 씩은 꼭 있었다.

학교 측에 따르면 한국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도 전교생 중 20명이나 됐다.

의사소통 어려움으로 인한 불편은 비단 아이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학부모와의 의사소통도 쉽지 않다. 이 학교 교사는 “얼마 전 저희 반 아이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셔선, 아이 엄마가 ‘저담’에 걸렸으니 잘 좀 챙겨달라며 신신당부를 했다”며, “‘저담’이란 말에 쓸개 쪽에 이상이 있나, 막연하게 추정했지만 사실은 아이 엄마, ‘유방암’ 환자였다”고 털어놨다.

유방암이란 단어를 모르는 할머니가 이를 ‘젖암’이라고 얘기하며 빚어진 오해 아닌 오해였던 것이다.

일부 학부모는 선생님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아이가 “선생님이 내게 욕을 했다”는 말만 믿고 학교에 찾아와 항의를 하기도 한다.

이에 학교는 올해부터 예비학교 과정을 만들어,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국어 시간에는 예비학교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수업을 듣고, 나머지 수학과 과학 시간 등에는 기존 반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 많다.

강향옥 대동초 교장은 “한국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곁에서 선생님의 말을 통역해주는 보조교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정부 지원 부족 등의 이유로 교내 보조교사라 부를 수 있는 이는 이중언어선생님 한 명 뿐이다.

강 교장은 “학교에서도 물심양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어른들의 우려보다 훨씬 더 수업에도 잘 따라오고, 순수하고 착한 이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당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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