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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현대화사업 핑계…건물주 임대료 인상 ‘횡포’
뉴스종합| 2015-03-11 11:10
구로 등 월세 30% 올려달라 압박…상인들 “경기도 나쁜데…”울상


통행로를 확장하거나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재래시장 살리기 일환으로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래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을 핑계로 건물주들이 잇달아 임대료 인상에 나서면서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구로구는 지난 2010년 관내의 한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시설현대화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2차례에 걸친 공사 끝에 지난해 4월 이 사업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재래시장 시설현대화 이후 상인들은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압박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 온 A(40대ㆍ여) 씨는 “시장이 깔끔해지고 찾아오는 손님이 조금 늘어나자 건물주가 월세를 기존보다 30% 더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현대화 핑계로 월세 압박이 심해져 정말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상인 B(70대ㆍ여) 씨도 지난 설부터 건물주가 “시장에 사람이 많아졌으니 내년부터 임대료를 더 받아야겠다”고 말하는 통에 걱정이 많다. 그는 “사람이 늘었지만 매출은 그에 비해 늘어나지 않았는데, 임대료가 오르면 이 장사를 접을 생각”이라고 했다.

C 씨는 계약 1달 전인 지난해 11월 건물주로부터 “내가 장사해야겠다. 나가줬으면 한다”는 말을 들은 뒤, 임대료를 올리기로 합의했다. 그는 “여전히 불안하고 찜찜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시설현대화 사업의 진짜 수혜자는 건물주라고 얘기가 나온다.

한 상인은 “재래시장은 싼 맛으로 오는 것인데 임대료를 올리면 제품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 결국 손님들 입에서 ‘재래시장인데 별로 안 싸네요’라는 말이 튀어나온다”고 했다.

인근 부동산 등에 따르면 이 재래시장 가게의 월세는 규모에 따라 보증금이 약 1000∼3000만원, 월세는 약 200∼300만원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시설현대화 이후 건물주들은 작게는 5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 월세를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대료 문제가 불씨가 돼 상인이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었다. 지난해부터 장사를 시작한 E(여) 씨는 지난 1월 남편과 크게 다툰 뒤 가게 안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주변 상인들은 “가게 임대료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 당국은 건물주와 상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식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상가보호법에는 시설현대화에 따른 상인의 불이익을 보호하는 법규가 없다”고 했고, 구로구청 관계자는 “상인들이 변호사와 상의할 문제”라는 황당한 얘기를 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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