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사교육 풍선효과’ 이번에도 또…영ㆍ수 잡으니 국어학원에 몰려
뉴스종합| 2015-03-16 09:58
서울 대치동 등 ‘사교육 특구’ 논술학원 이미 마감사례
역대 정권마다 ‘사교육과 전쟁’ 벌였으나 백약이 무효
“現정권 ‘사교육 수치’ 역주행에도 기존 정책 짜깁기만”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그곳은 들어가지만 다른 곳이 팽창되는 것처럼 어떤 부분에서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풍선효과다.

사교육이야말로 이 단어가 딱 맞아떨어지는 시장 중 하나다. 궁극적으로 좋은 대학을 가려는 학생, 학부모의 수요를 따라 정권의 교육정책의 빈틈을 잡아 언제나 새로운 사교육 수요를 만들어 왔다.

역대 정권에게 ‘사교육 경감’은 큰 숙제였다. 어떤 목적이었던 간에 가계는 물론 멀리는 국가 경제까지 해악을 끼치는 사교육을 잡는 것이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잣대로까지 여겨질 정도였다.

’사교육 경감책’은 1980년대 제5공화국 때가 사실상 시초다. ‘정의 사회 구현’을 기치로 내걸었던 전두환 정권은 아예 법으로 과외를 금지시켰다. 교과서와 참고서만 공부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대학입학학력고사도 도입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개천 용’이 나왔던 마지막 시대라고 평가하지만, 당시에도 부잣집이나 힘 있는 부모를 둔 일부 학생은 몰래 과외를 받았다.

[헤럴드DB사진]

노태우정부들어 정부는 사교육 시장에도 빗장을 푼다. 대학생의 비영리 개인과외 교습과 방학 중 초ㆍ중ㆍ고교생의 방학 중 학원 수강을 허용한 것. 교육당국은 1980년대 KBS3 TV(현 EBS)를 통해 학력고사 대비 ‘TV 고교가정학습’을 시작했지만, 헐거워진 ‘빗장’을 뚫고 법령에 허용된 사교육 외에 음성적인 불법 과외가 판치기 시작했다.

2000년 헌법재판소가 과외 교습 단속 행위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자 사교육의 발호는 그 양상이 극심해졌다. 정부는 온갖 대책을 내놓았지만 먹히지 않았고 ‘사교육 망국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 이명박정부 때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심야교습 등 각종 불법 과외를 단속했다. 특히 오후 10시 이후(서울) 학원 심야 영업, 고액 개인과외 등에 강력한 단속을 펼쳤다. 또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EBS 방송ㆍ교재 70% 연계’를 출제 원칙으로 내세웠다.

당시 교과부는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23만6000원까지 내렸다며 자평했지만, EBSㆍ방과후학교 등 이른바 ‘공교육 속 사교육’의 효과라는 비판도 만만찮았다. 여전히 불법 과외는 근절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사교육 경감’에 무관심하다는 지적 속에 각종 수치가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 정부가 해마다 내놓던 ‘사교육 경감 대책’은 정권이 2년 가까이 된 지난해 12월에야 처음 내놓았을 뿐이다. 사교육대책팀이 공교육진흥과로 바뀌고, 학원을 단속하는 학원상황팀이 학원정책팀으로 바뀐 것은 사교육에 대한 현 정부의 생각을 대변해준다는 것이 교육계 일각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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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무관심 속에 사교육은 다시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사교육비는 2009년 수준인 24만2000원으로 다시 올라갔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출제에 이어 지난 15일 ‘수학교육 종합 계획’을 통해 발표한 수업 중 계산기 허용 등 ‘쉬운 수학’은 국어 사교육으로의 풍선효과까지 낳고 있다. 이미 서울 대치동 등 ‘사교육 특구’ 소재 논술학원들은 마감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 나온 ’사교육 경감 대책‘ 등 EBS 방송 등 기존 나왔던 정책의 짜깁기였다”며 “이번에 나온 ’수학교육 종합 계획‘도 수능 수학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지 않는다면 큰 사교육 경감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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