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준비생인 ‘알바생’ 양모(24) 씨도 할 말은 많다. 서울의 한 대학교 인근의 패스트푸드점에서 3개월째 아르바이트를 하던 양 씨는 최근 사장과 월급 때문에 갈등을 겪고 ‘그만두겠다’는 문자 한 통만 남긴 채 알바를 관뒀다. 하루 4시간씩 5회를 일했는데 실제로 통장에 찍힌 금액은 그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정황을 알아보던 양 씨는 가끔 점장이 “오늘은 손님이 별로 없으니 한 시간 일찍 들어가라”며 배려해준 날이 화근임을 알았다. 그런 날은 근무시간을 적어두고 당초 약속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한 것. 김 씨는 “한 시간 더 일할 수 있었는데 월급을 깎는다는 말도 없이 이러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지만 “업계관행”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양씨는 “사장이 후임자를 찾을 시간도 없이 갑자기 그만두면 어쩌냐고 화냈지만 먼저 예의를 지키지 않은 쪽은 사장”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부치면서 영세 자영업자 사장과 알바생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헤럴드경제DB사진] |
최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부치면서 영세 자영업자 사장과 알바생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경기활성화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뜻하지 않게 ‘을-을 갈등’을 촉발하고 있는 셈이다.
영세 자영업자 사장님들은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높일수록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의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은 “소상공인들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채 시급을 인상할 경우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에서 스포츠 체인업체를 운영하는 사장 안모(31) 씨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는 경력이 높은 직원들의 임금도 함께 올려줄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를 죽이기 보다는 대기업 증세를 하는 게 순서 아니냐”고 꼬집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불만에 대해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생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시급 5580 원으로 최소 생계도 꾸리기 어려운데 이조차 아까운게 말이 되느냐’며 자영업자들의 윤리의식을 비난하는 것. 최근 알바중개업체 ‘알바몬’에는 “시급이 쬐끔 인상됐다”는 문구가 포함돼 알바생들의 큰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자영업자들의 경영환경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현재 소상공인의 안전망을 확충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급을 올려 비용지출이 늘게 하고, 이로 인해 알바 생들을 내보내는 게 과연 정부가 원하는 방향인지 묻고 싶다”며 “오히려 ‘두루누리보험’처럼 자영업자들의 4대보험을 지원하는 정책 등 지원을 확대하고, 소상공인들이 사장인 동시에 근로자인 현실을 고려해 ‘근로세제공제’ 혜택을 확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최저임금 근로자는 16% 비율 밖에 되지 않는만큼 알바생과 자영업자가 시급을 놓고 갈등을 겪게 하기 보다 대기업들의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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