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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文, 2년3개월만의 만남…3월동주냐 각자도생이냐
뉴스종합| 2015-03-17 11:12
2년 3개월 전, 18대 대선에서 승자와 패자로 나뉜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회동한다.

정치권발(發) 흔치 않은 흥행카드다. 대권을 놓고 격돌했던 두 사람이 벌인 3차례의 TV토론회 잔상은 선명하다. 주요 이슈를 둘러싸고 레이저(박 대통령의 차가운 눈빛)가 난무하고 답답함이 배어있는 헛웃음도 교차했다. 이 때 시청률은 30%대로, 웬만한 드라마는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결과는 득표율 51.6 대 48. 민심이 박 대통령을 향한 결과지만 보수ㆍ진보로 대별하는 진영 선긋기는 더 뚜렷해졌다. 각박한 현실에서 두 거물의 만남에 정치 무관심층도 관심을 둘 요소는 적지 않다.

각자 셈법에 따라 두 사람은 다시 한 테이블에 앉는다. 회동의 최초 제안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동석한다. 풍우동주(風雨同舟) 아니면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당 대표가 된 뒤 청와대를 향해 ‘비ㆍ바람 속에 같은 배를 탔다’라는 중의적 표현을 했던 ‘비박(非朴ㆍ비 박근혜계)’ 김무성 대표, 그리고 상대가 필요하지만 한 배에 앉긴 겸연쩍은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함께 모이는 건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정치 유희의 묘미다.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ㆍ서먹한 분위기를 깨는)’ 소재는 있다. 박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성과다. 만남 성사의 끈이기도 하다. ‘소통정치’를 한다는 평가에 목마른 박근혜 대통령, 경제가 약점인 문 대표가 덕담을 주고 받을 지점이다. ‘통 큰 정치인’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김무성 대표도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부각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3ㆍ1절 기념식에서 여야 대표를 초청해 중동 순방 성과를 설명해달라는 김무성 대표의 제안이 있었고, 문재인 대표도 같은 취지의 제안을 했는데 이에 대한 화답 성격의 회동”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이런 덕담 이후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레퍼토리 재생은 예측 가능하다. 경제 재도약을 위한 경제활성화와 민생회복을 위한 입법에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고, 공무원연금개혁 등 사회개혁ㆍ안보이슈에서도 초당적 협력을 당부할 전망이다.

일하지 않는 국회, 야당의 비협조를 기회 있을 때마다 비판했던 박 대통령이 집권자로서의 인내심을 내보일지도 주목된다. 그는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복지ㆍ교육(전교조) 문제에 대해 문 대표에게 목소리 톤을 높이고 감정싸움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파열음이 날 요소도 많다. 대체로 직설 화법을 구사하는 문 대표가 열쇠를 쥐고 있다. ‘초이노믹스’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중이다. 각론으론 최저임금 10% 이상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론도 집권자에겐 부담일 수 있다.

안보와 관련해 남북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거론하고 대북제재인 5ㆍ24조치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이 여러 변수를 고려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문 대표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 견해차만 확인한다면 최악의 경우 각자도생이 불가피하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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