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규제 대신 자율로…” 임종룡式 개혁드라이브 첫 발
뉴스종합| 2015-03-18 11:15
“우리의 의지와 역량과는 상관없이 천덕꾸러기가 된 듯한 느낌이다. 뭔가 해야될 것 같은데 당국도 아직 구체적인 방향조차 내놓지 않아 좌불안석이다” 얼마전 한 시중은행 관계자가 토로한 말이다. 정치권은 물론 금융당국의 금융개혁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다.

임종룡<사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금융개혁’에 방향성을 내놓았다. 금융개혁의 칼날은 ‘자율책임 문화’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한 마디로 기존 규제의 틀을 완전히 뜯어 고쳐 줄테니 금융사도 스스로 변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현장’으로 나간 임종룡식 개혁 드라이브가 첫 발을 뗀 셈이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금융=임 위원장은 지난 17일 취임사에서 “우리 금융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며 시대에 뒤떨어진 금융서비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실물경제는 물론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덜어주지 못하는 현재 국내 금융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비판 강도의 톤은 “뭔가 고장났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보다 약화됐지만 개혁의 고삐를 죄야 한다는 공통분모는 깔려 있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국내은행은 GDP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전통 예대마진에 의존한 수익력 악화가 가져온 결과다. 2001년~2007년 국내은행의 총자산 증가율은 평균 9.4%로 같은 기간 GDP성장률(4.7%)를 배 가량 앞섰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013년 은행 총자산 증가율은 평균 2.6%로 뚝 떨어져 GDP성장률 3.0%에도 못미쳤다. 은행의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지속 가능하고 경상적인 이익’으로 은행의 수익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구조적 이익률도 2004년 1.90%에 달했던 것이 지난 2013년엔 1.01%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부실채권정리 비율 제고, 3진아웃제 폐지’…현장으로 나간 임종룡식 처방=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금융에 대한 임종룡식 처방은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다. 임 위원장은 “간부회의는 현장가서 들은 것을 책상에 놓고 논의하는 것으로 하겠다”며 현장을 부쩍 강조했다. 자신이 직접 매주 1~2회 현장을 방문하고, 현장 실무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금요회’도 신설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현장 중심의 임종룡식 처방은 우선 감독당국으로부터 기관주의 3번을 받으면 해외진출과 신규사업 진출이 제한됐던 ‘삼진아웃제’ 폐지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임 위원장은 “기관주의를 3번 받으면 신규업무에 진출할 수 없다 하는 것은 물론 과거에 대한 제재인 성격이 있지만 달리 본다면 우리 금융회사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즉 자승자박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절ㆍ절ㆍ포(절대로 절대로 포기하면 안된다) 임종룡’ 규제개혁의 첫 작품인 셈이다.

이와함께 부실채권 정리 비율 같은 업업규제도 완화될 전망이다. 임 위원장은 “질서와 소비자 보호는 정교화해 강화하는 한편, 영업규제는 완화 개선하겠다”며 금융규제를 유형화하겠다는 방침도 설명했다.

임종룡식 처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개인에 대한 확인서, 문답서 징구를 원칙적으로 폐지해 부담을 덜어주고 검사방식을 컨설팅 위주로 전환하는 한편, 자금이체 수수료 등 금융사의 수수료나 대출ㆍ예금에 붙는 금리, 배당수준 등은 자율성 원칙을 보장해준다는 방침이다.

임 위원장이 취임 후 첫 일정으로 18일 오전 금융감독원을 찾아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 서태종 수석부원장 등을 만나 금융개혁을 위한 협조를 요청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임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자신이 최우선 과제로 꼽은 현장중시의 금융개혁을 위해선 금감원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본 선순환 구조 마련에 초점=이와함께 임 위원장의 금융개혁 칼 날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 선순환 구조에 정조준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취임 직후 내놓은 ‘금융개혁 방향 및 추진전략’을 통해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시장이 각각의 특성에 맞게 경쟁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거래소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파생시장본부, 시장감시본부 등 성격이 다른 기구가 거래소라는 하나의 틀 아래 있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에서 부터 출발해 자본시장이 중심이 되는 금융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또 사모펀드의 설립ㆍ운용ㆍ판매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모험자본 투자에 대한 불합리한 위험가중치 조정 등의 제약요인도 완화되며, 상장(공급)과 투자자(수요)와 관련한 코넥스 운영방식도 전면 개편된다. 시장에서는 현재 3억원인 코넥스시장의 개인투자자 예탁금 한도가 1억원 수준으로 내려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가 자산과 금융회사가 서로 발전해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연기금 운영에 국내 금융사들의 참여도 더욱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연기금 등 국가 금융자산은 1263조원으로 전체 금융자산의 31%에 이른다.

한석희ㆍ원호연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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