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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아름답게 죽겠다”…노년의 기부왕들
뉴스종합| 2015-03-19 09:51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이혜원 인턴기자]잘 사는 것만큼 삶을 의미있게 마무리 하는 것도 중요하다. 평생 큰 성공을 이룬 슈퍼리치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좋은 마무리 중 하나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때문에 초고령 억만장자 중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단체 등을 만들어 사회에 부를 환원하는 이들이 많다. 사망 후 재산 90% 이상을 기부하는 운동인 ‘기빙플렛지(The Giving Pledge)’에 가입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 중 90세를 넘어 삶을 마쳤거나, 기부에 열정적인 노년 슈퍼리치들을 알아봤다.
 
제임스 스토워스

▶고(故) 제임스 스토워스 아메리칸센추리 설립자=지난해 세상을 떠난 제임스 스토워스(James Stowers)는 ‘시대의 기부왕’이었다. 기부금이 자산의 수십배에 이를 정도다.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따라 의대에 진학했지만 의사가 되진 않았다. 졸업 후 투자자로 변신해 생명보험사와 뮤추얼 펀드사를 차렸다. 투자회사인 아메리칸센추리(American Century)의 전신이었다.

몸은 금융계에 있었지만 마음은 의료계를 떠나지 않았다. 투자로 자산을 쌓은 그는 1994년 20억달러(약 2조2600억원)를 들여 ‘스토워스의학연구소(Stowers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를 설립했다. 투병 생활이 계기였다. 그와 그의 아내는 암에 걸려 투병하는 동안 인류 번영을 위해 신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완치 후 그가 세운 연구소는 “생명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인류에 공헌하겠다”는 목표로 유전자ㆍ세포ㆍ신체조직 등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사망한 스토워스는 기빙플렛지 회원으로 죽은 후 재산의 99%를 의학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금액이 많진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미 생전에 재산 대부분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2012년 포브스가 추정한 그의 자산은 1억달러(약 1100억원). 같은 해 연구소를 후원한 금액은 20억달러다.
 
알프레드 만.

▶알프레드 만 맨카인드 창립자=슈퍼리치에게 의료기술 개발은 인기있는 기부 통로다. 알프레드 만(Alfred Mannㆍ89) 맨카인드(MannKind) 창립자도 의료계 후원으로 인류에 공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인 맨카인드는 중증 환자와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연구한다. 심장조율기, 통증완화제, 달팽이관 이식기술 개발이 대표적이다. 기빙플렛지 회원인 만은 사망 후 자산 90%를 환원할 예정이다. “지금까진 번 돈으로 가족을 넉넉히 부양해왔다”며 “이제 남은 재산으로 의료기술발전을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기부는 받은만큼 돌려주는 환원 활동이다. 자산을 쌓기까지 국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1956년 그가 세운 스펙트로랩(Spectrolab)은 최초 우주항공사로, 20세기 후반 미 국방부의 우주과학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어 설립한 반도체회사 헬리오텍(Helipotek)은 달탐사선에 전기원료를 공급할 정도로 독보적인 태양전지 공급사였다. 알프레드 만의 현재 자산은 12억3000만달러(1조4000억원)로 추정된다.

데이비드 록펠러.

▶데이비드 록펠러 JP모건체이스 전 회장=현존하는 최고령 부호인 데이비드 록펠러(David Rockefellerㆍ99)도 자선 활동에 활발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부호 가문인 록펠러가(家)는 그 시간만큼 오랜 기부 역사를 자랑한다. 1대인 존 데이비슨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 이래 대학ㆍ미술관ㆍ연구재단 등을 설립해 부(富)를 사회에 돌리는 노력을 해왔다. 1967년에는 ‘록펠러 패밀리 펀드(Rockefeller Family Fund)’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자선 활동이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록펠러가 석유사업 등으로 막대한 재산을 쌓는데 정치권의 도움이 있었다는 시선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3대 데이비드 록펠러도 기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록펠러가의 수장인 그는 가문 기금과 신탁등으로 사회 각계에 후원을 하고 있다. 2006년 뉴욕타임즈는 그가 평생 9억달러(약 1조200억원) 상당의 자선을 했을 것이라 추정했다. 기빙플렛지 회원이기도 한 그는 가입 당시 “죽은 후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는 것은 늘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고 고백했다. “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받은 만큼 록펠러 가문은 어떤 방법으로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기부 전통을 이어갈 것을 밝혔다.

souriran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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