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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판도라의 상자’연다
뉴스종합| 2015-03-19 11:26
임종룡 신임 금융위원장이 지난 17일 취임 간담회에서 금융사에 수수료 산정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히면서 은행권이 본격적인 수수료 개편 논의에 들어갔다. 그동안은 정부의 압박으로 손실을 감수하면서 운영했지만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이자마진에 편중된 수익구조로는 더 이상 경영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거의 무료나 다름없던 송금ㆍ자동화기기 이용수수료 등을 정상화하고 새로운 수수료 수익원 발굴 논의에 업계가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혼자’ 또 ‘같이’ 논의 시작=은행들이 속속 수수료 체계에 대한 내부 검토에 나서고 있다. 일단 손해를 보면서도 운영하고 있는 대고객수수료(송금ㆍCD/ATM 이용 수수료)에 대한 손해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과도하게 낮춘 수수료부분을 정상화시킬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중”이라며 “내달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역시 수수료 체계에 대한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통합 작업에 착수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통합과 함께 수수료 체계를 개편을 고려하고 있다. 두 은행의 수수료가 다른 만큼 단일화 과정에서 새로운 수수료 체계 개편을 적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방은행들도 시중은행들이 먼저 나서줄 경우 수수료 체계 개편에 동참하겠다는 모습이다.

A은행 관계자는 “자사고객, 영업시간 내의 경우 자동화기기 사용은 거의 무료고, 송금수수료도 우대고객에겐 면제된다”면서 “자동화기기의 경우 시설유지보수비, 밴(VAN)사 금융결제원에 시스템 이용비 등이 들어가는데 이를 대부분 은행이 내고 있는 상태다. 개선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협회 차원에서도 수수료 논의가 본격 진행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는 시중은행 경영전략 담담 부행장 또는 임원들로 구성한 ‘은행 경쟁력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은행권 공동의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난 2011년 정부가 일괄적으로 은행 수수료를 30~40% 인하시킨 이후 대고객수수료가 묶였다”면서 “은행들의 불만이 컸던 만큼 내달 열리는 경쟁력혁신위원회에서 관련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대고객수수료는 고객저항이 큰 만큼 자산유동화 관련수수료, 외환수입 수수료, 프로젝트파이낸싱수수료 등 보다 전문적인 분야의 수수료 논의가 우선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 이상 이자수익만으론 못살아=수수료 체계는 은행들의 오랜 고민 중 하나였다. 초저금리 상황이 되면서 더 이상 이자수익으론 수익창출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의 전체 수익 중 80%가 이자수익이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순이자마진(NIM)은 1.85%(2014년 3분기 기준)까지 떨어졌고 총자산수익률(ROA, 2013년말)과 자기자본이익률(ROE,2013년 말)도 각각 0.37%, 4.91%까지 곤두박질쳤다.

비이자수익 강화를 위해선 가장 먼저 수수료 체계부터 바꿔야 하는데 그동안 정부와 여론의 눈치에 말 한마디 꺼낼 수 없었다. 섣불리 나섰다간 엄청난 뭇매를 감당해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다는 위기감에 은행들이 속속 수수료 개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해외송금 수수료 면제 혜택을 없앴고 하나은행도 올해 초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주던 거래수수료 면제 혜택을 대폭 축소했다.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일부 폰뱅킹 서비스에서 타행이체 수수료를 신설했다.

C은행 관계자는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서비스도 유료란 개념이 있어 송금,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 뿐만 아니라 통장발행수수료, 계좌유지수수료까지 받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서비스는 무료란 인식이 너무 강하다”고 말했다.

▶전문성 강화해 ‘기타업무관련 수수료’ 올려야=전문가들도 은행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수수료 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의 수익구조를 바꾸려면 수수료 수익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면서 “특히 기업투자금융(CIB)과 소매고객 ‘원스탑뱅킹‘을 통해 외화수입ㆍ대출금 조기상환 등 기타업무관련수수료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고객수수료에 대해선 “전체 수수료 비중이 7%에 불과한 만큼 은행 간 현금자동인출기(ATM) 공동 운용 등을 통해 줄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중장기적 관점의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부수ㆍ경영 업무를 확대하고 대고객서비스 역량을 제고해 다양한 수수료 사업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혜진ㆍ원호연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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