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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보육 리포트] “전업주부에겐 ‘마음의 여유’…아이는 또래와 즐겁게 성장”
헤럴드경제| 2015-03-23 11:37

양육 수당을 지원받고 있는 전업주부 홍수연 씨<사진 가운데>는 우연히 강서구에서 운영하는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시간제보육사업에 관한 포스터를 보게 됐다. 전업주부였기 때문에 당연히 자신은 해당 사항에 없을 것이라 생각해 자세히 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과연 지원 대상자가 누구일까 궁금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가정주부는 물론이고, 학원증만 있어도 신청 대상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시간 당 비용이 2,000원이라는 것에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용하지 않을 주부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느라 배우고 싶었던 것 중 어느 하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는데, 잠깐이라도 아이를 맡길 수 있다면 학원 등을 다니면서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뛸 듯이 기뻤다. 당장이 아니더라도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우선 신청해 놓았다. 

홍 씨는 아이와 단둘이 24시간을 늘 함께 지냈다.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또래를 만나게 해줄 기회가 많지 않았다. 또 매일 같은 환경에만 있다 보니 아이가 얼마나 지루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가 어려서 이불 먼지 털기 등 집안 환기나 대청소 등도 쉽지 않았다. 한시라도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에 식사 거르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육아에 지쳐가는 자신과 마주하게 됐다. 자연히 자신감도 없어지고 모든 일에 의욕이 떨어졌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만 더해 갔다. 

그러다 알게 된 시간제보육. 제도를 이용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설레고 흥분되었다. 

시간제보육에 등록하고 아이에게 충분한 적응 시간을 준 후에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시간제 보육실에서의 시간을 좋아했고, 발달 속도도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이 보이면서 매일 같은 시간을 이용하게 됐다. 

시간제보육 전에는 아이가 또래 친구들보다 발달 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은근 걱정이 됐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달라지는 것을 보니, 새삼 또래와 함께 자라는 것이 얼마나 동기부여가 되는지 깨닫게 됐다. 

홍 씨도 그동안 미뤄둔 강의를 시작했다. 오랜 만에 일을 하니 재미있고, 재미있게 일하다보니 능률도 높았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일상이 즐거웠고, 즐거운 자신으로 인해 남편과 아이도 덩달아 즐거워하는 선순환이 이어졌다. 시간제보육이 주는 장점이다. 

홍 씨는 “규칙적인 하루 일과로 낮잠과 식사시간 예측이 가능해지고, 일관된 장소에서의 교육으로 아이가 처음 보는 친구들과도 쉽게 친해지는 등 사교성과 적극성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또 자신에게는 아이와 분리가 되면서 그 시간만은 마음 편히 쉴 수가 있게 되어 좋다고 말했다. 

홍 씨는 “정부가 보육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피부로 와 닿지는 않았었는데, 직접 느껴보니 그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한 관심으로 주부들이 아이들을 마음 편히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정환 기자/lee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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