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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nsight-김하민]러 제조업 육성정책, 우리 기업엔 기회
뉴스종합| 2015-03-23 11:05
최근 러시아 정부가 대내외적 문제로 발생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을 펴면서 기계 설비 등의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현지 중앙은행 및 경제부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의 경제위기는 단기간 내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1월 소비는 전년 동월 대비 4.4% 줄었고, 물가는 15% 상승했다. 외환보유액(2015년 1월말 3,762억 달러), GDP대비 외채 비율(2014년 15.7%)도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이나 그 이하로 하락한 상태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자국 내 제조업을 부흥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 가스 외에 거의 모든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인한 타격을 경제 전면에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부터는 건설, 석유화학, 의료, 자동차 분야에서 자국산 제품이 아닌 경우 공공조달 참여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자국산 농기계를 구입하는 농가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제조업 육성 정책은 우리 기업에게 기회다. 중·단기적으로 제조 공장에 필요한 각종 기계 및 설비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방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 조치로, 러시아 기업들은 유럽계 보다 아시아계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중국에 대해서는 경쟁국이란 인식이 있고 일본은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조치에 동참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다.

특히 수요가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식품 및 농축산 관련 설비 분야다. 러시아산 농식품의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제조 공장을 설립해 러시아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도 전략으로 고민해 볼만하다. 현지 정부의 ‘메이드 인 러시아’ 강화 정책, 부동산 및 임금의 하락, 루블화 가치 하락 등으로 외국 기업의 투자 여건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고마츠, 도시바 같은 일본 대기업들은 건설 장비와 발전 설비 등을 현지에서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어딘가로 출발할 때 ‘가자’라는 뜻으로 ‘빠예할리(поехали!)’라는 말을 한다. 특이하게도 이 단어는 ‘가다’라는 동사의 과거형인데, 독일 침공 등 대전(大戰)과 체제붕괴 같은 과거의 극한 어려움을 극복해낸 러시아인들의 자신감이 투영된 말이 아닌가 싶다. 세계 최초 우주인인 가가린이 발사되는 로켓 내에서 ‘빠예할리’를 외치는 장면은 많은 러시아인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극심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차분히 제조업을 육성하는 등 대책을 내놓는 러시아 정부의 움직임은 지나온 역사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비친다.

1998년 러시아 경제위기 때에도 우리 기업들은 러시아에서의 비즈니스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했고, 그 결과 러시아 경기 회복과 동시에 자동차, 가전, 식품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이번의 경기침체 속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기회를 포착하고,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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