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로화 약세·샤넬 가격 인하…직구족 유럽에 꽂히다
뉴스종합| 2015-03-25 11:04
프리미엄브랜드 유럽직구 폭발적증가
3040주부 獨 가전·주방용품 구매 불티
국내가 200만원 지멘스 전기레인지
배송비 포함안된 직구가는 40만원
샤넬 노세일원칙 깨고 가격 20% 인하
면세점도 환율보상세일 가세 수요촉발


유로화와 엔화 약세, 서서히 오르고 있는 달러 강세로 소비재를 판매하는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현명해진 소비자들은 더욱 저렴한 상품을 찾아 유럽직구에 몰리고 있고, 수입 브랜드, 유통업체들은 출렁이는 환율에 다양한 가격정책으로 충격 완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 온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제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전세계 온라인사이트를 통해 가격비교를 하고 있다”며 “국내 유통업체들은 환율 변동에 대해 더이상 손놓고 구경할 수만 없는 상황이 된 셈”이라고 했다. 

샤넬은 지난 17일부터 유로화 약세로 인한 국가간 가격격차 해소를 위해 아시아권에 판매하는 핸드백의 가격을 15~20% 인하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유럽으로 몰리는 직구족(族)=유로화 약세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인 것은 직구족이다.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유럽 브랜드의 벽은 낮아졌고, 미국에 집중돼 있던 직구족들의 시선이 점차 유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독일제품들은 3040 주부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은 가전ㆍ주방용품을 중심으로 유로화 약세와 함께 직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25일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에 따르면 올해들어(1월1일~3월15일) 독일 배송대행건수는 약 2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500건에 비해 약 135% 증가했다. 전체 직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사이에 3.0%에서 6.2%로 높아졌다.

몰테일 관계자는 “미국에 집중되던 해외직구가 최근 유로화 하락과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해외 직구가 가능해지면서 점차 유럽으로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직구의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가격적인 혜택이다. 가령 지멘스 전기레인지는 국내가격이 200만원선에 형성돼 있는 데 비해 배송비, 관부가세가 포함되지 않은 직구가는 40만원대에 불과하다.

독일 틸만 전기레인지

직구 뿐만이 아니라 국내 오픈마켓에서도 유럽산 제품의 인기는 지난해와 비교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로화가 떨어지고 가격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유럽 제품들이 다가가기 쉬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채널이 많아지고 해외 여행객이 늘어 더 많은 유럽브랜드가 국내에 알려진 영향도 크다”고 했다.

실제로 옥션의 유럽제품 판매율을 보면 주방가전은 올해 들어(1월1일~3월23일) 전년 동기대비 판매가 158% 신장했고 커피머신은 181%, 주방용품은 91% 증가했다. 유로화가 떨어진 시기를 틈타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도 증가, 유럽여행 상품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 판매가 늘었다. 

유라 커피머신

▶샤넬 쇼크, 그 이후=명품시장도 유로화 변동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른바 ‘샤넬 쇼크’라 불리는 고가 명품브랜드 샤넬의 가격 인하 발표가 대표적이다. 유로화 가치 하락이 만들어낸 지역, 국가간의 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샤넬은 노세일 브랜드라는 그간의 정책을 깨고 대표상품인 핸드백 가격을 최대 20% 인하했다.

지난 17일 샤넬이 인하된 가격을 핸드백에 적용한 후부터 샤넬 매장은 두 가지 부류의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존의 샤넬 핸드백을 구입한 이들이 차액환불을 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거나, 혹은 언제 또 오를지 모르는 샤넬백을 저렴할 때 빨리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었다.

샤넬의 가격인하 후폭풍은 엄청났다. 한 백화점에 따르면 가격 인하 이틀만에 샤넬의 매출은 평소보다 2배가 뛰었다. 17일 이후 일주일 간(~3월23일) 명품을 포함한 전체 해외패션의 매출을 살펴보면 롯데백화점의 경우 전년대비 17.7% 늘었고, 현대백화점은 29.1% 상승했다.

샤넬 매장으로 가는 발길이 늘어난 반면 가격 인하를 하지 않은 타 명품 브랜드의 구매를 늦추거나 혹은 기존에 구입한 제품을 반품하는 소비자들도 생겨났다. 언제 샤넬처럼 가격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기대감, 불안감 때문이다. 최근 예물로 샤넬 핸드백과 루이비통 핸드백을 구매한 최수경(가명ㆍ29) 씨는 샤넬 핸드백에 대한 차액을 환불받으면서 루이비통 핸드백도 함께 반품했다. 최 씨는 “샤넬도 가격이 하루아침에 떨어질지 몰랐는데 다른 브랜드라고 다르겠냐”며 “추후에 같은 백으로 사더라도 조금 지켜본 후에 다시 구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럽 명품브랜드의 추가 할인소식이 들려올지는 미지수다. 샤넬 가격 인하에 이어 면세점에 입점돼 있는 구찌, 버버리가 5% 추가 할인 방침을 밝혔을 뿐이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지금 샤넬 가격 인하에 따른 실적을 지켜보고 있다”며 “가격 정책을 지금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달러 강세로 면세점 할인행사…사실상 가격 인하 효과=유로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면세점 업계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각각 지난 14일과 15일부터 ‘환율보상 세일’을 진행, 잡화에서부터 화장품까지 명품과 준명품 잡화브랜드 등을 최대 15%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환율 인상으로 인해 늘어난 면세점 고객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같은 경우에는 가격이 달러로 표시되다보니 환율 인상이 곧바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며 “브랜드별로 할인율이 다르지만, 할인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면세업체 측에서 비용을 부담해 고객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달러 강세로 인한 할인행사지만 사실상 소비자 입장에서 명품, 준명품의 가격 하락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평균 할인율이 원달러 환율 상승폭보다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일에 참여하지 않는 구찌와 버버리 등도 면세점에서 별도로 5% 할인 혜택을 제공,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하 영향은 더욱 클 것이란 설명이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별로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0% 가량 세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상승폭보다 할인폭이 큰 것이 맞다”고 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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