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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박성웅은 왜 조강천이어야 했을까
엔터테인먼트| 2015-03-31 07:29
역대급 악역이다. 여자를 살해하고, 유가족이 원망할 수 있는 이유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박성웅은 절대 악을 '살인의뢰' 조강천으로 이야기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의 섬뜩한 미소가 좀처럼 머리 속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강렬한 역할을 맡아왔지만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살인의뢰'는 연쇄살인범에게 여동생을 잃은 형사와 아내를 잃은 평범한 남자의 분노가 빚어낸 복수를 그린 영화로 김상경, 김성균, 박성웅, 윤승아, 조재윤, 김의성, 기주봉 등이 출연한다. 최근 본지는 박성웅을 삼청동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조강천은 이유도 없이 살인을 하고, 시체를 두고 태수와 일종의 게임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 이해를 하려고 해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이해해서는 안되는 인물이다. 배우로서 이런 역에 푹 빠져서 연기하기란 힘들 것이다. 그런데 왜 박성웅은 조강천이어야 했을까?

"대본을 처음에 읽었을 때 재미있게 읽었어요. 캐릭터 파악을 위해 제 것만 봤어요. 시나리오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제 부분은 바뀐 게 없어요."

"조강천이란 인물은 전사가 없어서 오히려 더 편했어요. 제 생각에는 조강천은 살해한 10명의 여자를 사랑한 것 같아요. 애정표현을 한거죠. 평생 같이 있고 싶으니까 앞마당에 묻어두고 꺼내보고 그러는거 같아요. 시체 있는 장소를 알려주지 않는 건 일종의 조강천에게 게임입니다. 알고보니 날 잡았던 형사의 동생을 살해한 것이 재밌는거에요. 결국엔 조강천이 이긴거죠."



극중 박성웅의 근육질 몸매와 함께 날렵한 액션연기가 돋보인다. 박성웅은 이 역을 위해 단기간에 몸을 만들어냈다. 그랬기에 촬영이 조금 더 힘들었단다. 먹고 싶을 음식을 못 먹고, 운동을 쉬어서는 안됐기에 정신이 힘들어지는 걸 느꼈다.

"3개월 동안 몸을 만들었어요. 몸을 만들어본 적은 이전에 없었어요. '무뢰한'이랑 작품과 같이 촬영을 했는데 그 작품에서도 벗는게 있어요. 그래서 일주일 사이로 벗어야 하는 촬영을 몰아달라고 했죠. 노출이 있는 신을 찍을 땐 하루 전부터 물을 못 먹어요. 5일 동안 물을 못 마신 적도 있어요. 하루에 3시간 유산소 운동 하고 근력 두 시간 하고, 닭 가슴살로 네 끼 먹고, 석 달중 두 달은 단백질을 먹으며 몸을 만들었어요. 그 전 몸으로 돌아가는데 딱 5일 걸리더라고요. 하하."

지금까지 박성웅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깜짝 놀랄 만한 것이,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 다른 작품들은 그저 본인의 삶에서 충실하게 살고자 하는 인물이었을 뿐이다. 그 충실함이 극적으로 표현돼 조금 두려운 인물로 각인됐으리라.

"제가 악역을 많이 한 줄 알고 계시는데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하하. 이번 작품은 저에게 도전이었어요. 배우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안되잖아요. 잘못하는 것도 도전해서 극복해야죠. '황제를 위하여'는 부산 사투리가 크나큰 도전이었어요. 이번에는 경험해볼 수도 없는 인간의 목숨을 결정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도전이었고요."

"전 제 자신을 믿어요. 비주얼과 남들을 제압할 수 있는 덩치나 키, 처음엔 이런 외적인 것을 믿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쌓이는 것 같아요. 어차피 정답은 없으니까 내 방식대료 표현 해보자 이런 식으로요."



'살인의뢰'의 마지막 엔딩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이렇게 결말을 맺는 스릴러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 이 장면은 박성웅이 시나리오를 읽고 문득 떠오른 영화 '케이프 피어'를 모티브로 해 직접 준비해갔다. 박성웅도 이 장면 파급력을 떠올리며 만족하는 눈치였다.

모티브가 '케이프 피어(Cape Fear, 1991)'란 영화에서 로버트 드 니로 역할이었어요. 로버트 드 니로가 사이코패스로 나오는데 참 재미있게 본 영화였어요. 마지막에 드 니로가 수갑이 요트에 채워졌는데 요트는 침몰하기 시작해요. 그 때부터 행진곡을 부르다가 가족들을 째려봐요. 시나리오 읽고서 결말을 보고 그 영화가 번뜩 생각이 나더라고요. 나도 한 번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보자 싶었죠. 그래서 손 감독에게 그 장면은 내가 준비하겠다고 이야기했고 손 감독도 믿고 맡겨줬어요. 만족하더라고요. VIP 때 보는 저도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그리고 주변 리액션을 보는데 절대 악을 보여준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박성웅은 그야말로 아들 바보였다. 인터뷰 중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환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고, 기자들에게 휴대폰 속 아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흐뭇해 했다. 배우로서 멈추지 말고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원동력이 여기에 있었다.

"우리 아들이 다 커서 내 영화를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자고 생각하며 늘 연기를 해요. 일상생활에서는 아빠 역할에 충실하고, 연기 하면서는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죠. 아직 어려서 아빠 엄마가 모두 TV에 나오니 세상 사람들 모두 다 나오는 줄 알아요. 하하."



'신세계'에 출연 이후 박성웅은 '무서운 이야기2', '찌라시:위험한 소문', '역린', '황제를 위하여', '살인의뢰' 그리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협녀', '무뢰한' 그리고 곧 방송될 '신분을 숨겨라'까지 쉬지 않고 활동 중이다. 이러한 행보가 힘들법도 한데 그는 아직은 괜찮다며 웃어보인다. 이렇게 웃으면 인상이 180도 달라지는 배우가 또 있을까. 작품 속 캐릭터에서도 환한 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을 빨리 볼 수 있길 바란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연속으로 작품을 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일이 많이 힘들지 않냐고들 물어보는데 아직 힘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이제 센 캐릭터 말고 밝은 캐릭터 위주로 작품을 고르려고 해요."

"배우로서 더 살고 싶은 것도 있고, 배우가 선을 긋고 국한되어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런 것도 할 줄 압니다'라고 보여줄 수 있는 여러가지 모습을 선보이고 싶어요."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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