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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2015-04-06 11:20
선수 트레이드, 운영자금 마련
자금난에 몰리자 해체선언
팬들 무시·홍보효과 등 외면
안하무인 결정에 분노의 목소리


우리카드가 주축선수를 감독도 모르게 트레이드해 받은 돈을 운영자금을 쓴 뒤 2년만에 팀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어이없는 처사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게 몰아치자 다시 운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우리카드가 ‘돈만 들어가는’ 배구단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 배구단측의 설명. 하지만 덥석 팀을 맡았다가, 선수도 팔아서 운영자금으로 쓴 뒤 2년만에 나몰라라 하는 우리카드의 처사에 많은 배구팬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스포츠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며, 툭하면 반복되는 행태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수십년간 프로팀이나 아마팀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의 경우도 물론 상당히 많다. 하지만 기업들은 ‘자금난’에 부딪히거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 닥치면 제일 먼저 스포츠단을 향해 살생부를 꺼내든다. 지자체들 역시 재정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 팀부터 없애려고 든다. 절감되는 비용에 비해 ‘이런 자구노력을 했다’는 메시지를 언론과 국민에 전할 수 있다는게 매력적인 모양이다.

우리카드의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배구단 운영비가 회사의 근간을 흔들 규모는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수익을 만들어내는 곳이 아닐뿐이다. 우리카드측이 제대로 운영했다면 얻었을 홍보효과 부분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다. 기업으로서는 ‘긴축운영을 위해 팀을 해체하게됐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90년대 중반 농구, 배구 등 각종 팀들이 줄줄이 해체되고, IMF 당시 이런 저런 팀들이 사라진 것은 바로 기업들의 ‘팀을 없애 회사경영을 살린다’는 방침때문이었다. 적게는 10억원 안팎에서 많게는 수십억이 들어가는 운영비가 작은 액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이 잘못 투자하고, 판공비로 사용하고, 땅을 사느라 들어가는 돈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외풍이 불어오면 기업들의 칼끝은 만만한 스포츠단으로 향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카드 배구단이 이유야 어떻든 다시 살아남게 됐다. 하지만 소속 선수들과 팬들, 트레이드대상이 됐던 선수, 허수아비가 된 KOVO, 해체결정을 내렸다 번복해야했을 우리카드 경영진 중 과연 누구에게 다행스러운 일이 된 것일까. 우리카드로서는 ‘트레이드만 몰래 안했으면 손 뗄수 있었는데’라고 아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돈 많은 회사가 팀 만든다고 기뻐할 일이 아니라, 과연 스포츠에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는 기업이 만든 팀이냐가 장기적으로 훨씬 중요해보인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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