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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통장 처벌 강화 대책 ‘공염불’ 될라?…통장 개설시 비대면 본인인증 시 대포통장 관리는?
뉴스종합| 2015-04-13 09:54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금융당국이 대포통장을 완전히 근절하겠다며 종합 대책을 내놨지만 인터넷 은행 활성화를 위해 비대면 통장 개설이 가능해질 경우 유명무실화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당국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5월부터 시행되는 비대면 통장 개설의 경우 대포통장 개설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대포통장을 막기 위해 대포통장 개설자와 유통자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를 실시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 2회 이상 대포통장 명의자로 은행연합회에 등록되거나 대포통장임을 알고도 중개ㆍ알선하는 자를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한다. 이 경우 7년간 금융거래가 제한되고 이후 5년간 금융회사에 해당 기록이 남기 때문에 사실상 12년간 은행 거래에 제한을 받게 된다는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이르면 5월부터 비대면 통장 개설을 허용키로 함에따라 이같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 3일 시중은행장들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건의한 사항을 적극 받아들여 일부 비대면 확인 방법을 유권해석을 통해 허용키로 한 바 있다.

문제는 비대면 통장 개설의 경우 창구직원이 통장 개설을 희망하는 고객을 직접 만나 신분증과 대조해 본인임을 확인할 수 없어 대체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메일로 신분증 사본을 은행에 보내거나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으로 제시되는 본인 인증 방식이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최근 발생한 개인 정보 유출이나 각종 피싱 사건을 고려할 때 기존 방식만으로는 금융 사기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휴대폰 단문메시지(SMS)나 ARS를 이용한 본인확인 역시 최근 수신 번호를 조작하는 피싱 기술이 발견돼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외국의 경우 통장 개설자의 타행 거래 이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알리 파이낸스(Ally Finance)는 비대면 방식으로 발급한 새 계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은행에서 사용중인 계좌를 이체계좌로 등록하고 이체 계좌를 통해 10센트 이하의 금액을 송금하면서 송금인란에 일회성 비밀 번호를 입력토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이 실명 뿐 아니라 거래 희망자의 신용정보도 함께 확인하기 때문에 생애 최초 예금 개설 희망자나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은 비거래 통장 개설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본인 인증 절차를 까다롭게 하더라도 대포통장 명의자가 직접 통장을 개설하는 최근의 추세를 감안할 때 허점은 남는다.

시중은행 보안관계자는 “이전에는 노숙자들의 기존 통장을 사들이거나 위조된 신분증으로 사기범들이 통장을 개설했지만 지난 1월부터 통장 명의자가 사기범과 직접 창구를 방문해 통장을 개설하고 이를 사기범에게 파는 수법이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시중 은행들은 이를 막기 위해 자신의 통장 개설 내용을 동행인과 상의하는 등 수상한 행동을 보이는 고객에 대해서 추가적인 서류 제출을 요구하거나 기존 거래 이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비대면 통장 거래가 허용될 경우 이같은 대응이 전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이에 대해 “아직 시중은행 계좌를 비대면으로 개설하는 것에 대한 대포통장 대비책은 논의하지 못했다”며 이같은 우려에 대한 대책이 미흡함을 인정했다. 다만 “금감원과 금융위 모두 편의성과 보안 측면에서 최대한 노력하고 검토하고 있는 점을 이해해달라”며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임을 시사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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