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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오늘] 1912년 4월 15일, 타이타닉 침몰
헤럴드생생뉴스| 2015-04-15 07:44
[HOOC=정찬수 기자] 1912년 4월 15일. 영국령 뉴펀들랜드 동쪽 해상에서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초호화 여객선이 빙산에 부딪혀 수 시간에 걸쳐 침몰했습니다. 탑승한 승객은 총 2200여 명, 구명정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은 바다에 뛰어들었고 1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에겐 영화로 유명한 ‘타이타닉’ 침몰 사고입니다. 로맨틱하거나 장대한 장면으로 기억될 타이타닉의 현실은 처참한 주검이 바다 위를 메운, 해난 사고 역사상 최악의 사고입니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항해 초반부터 사고의 조짐은 있었습니다. 출항 중 정박한 뉴욕호와 충돌할 뻔했고, 쌍안경 열쇠의 인계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배에 있던 쌍안경을 이용할 수 없었죠. 당시 조종실과 갑판 위에 있던 사람들이 맨눈으로 전방을 주시하기엔 주위가 너무 어두웠습니다. 사실 쌍안경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무용지물에 가까웠습니다. 여기에 바다 위에 빙하가 많다는 무전은 과도한 업무를 떠안은 통신 담당자들에겐 지나칠 수밖에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거대한 사고는 이렇게 작은 틈들이 쌓여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재앙이 됐습니다. 

충돌 직후 혼선으로 주변을 지나던 선사의 통신사는 무전을 껐고, 가까이 있던 배의 통신사는 잠이 들어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24시간 근무 규정을 깬 탓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지만 이를 탓할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한 명이 모든 통신 업무를 담당했던 때라 밤새 근무를 한다는 것 역시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충돌 당시 타이타닉호의 속도를 늦춘 것이 사고를 키웠다는 이야기도 가설에 가까운 분석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방수격벽을 작동시킨 것이 타이타닉호의 발을 붙잡아 침몰에 이르게 된 정황에 대한 이론적인 분석일 뿐이라는 지적 이어졌습니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가라앉지 않는 배라는 뜻의 ‘불침선(不沈船)’이라는 별칭과는 달리 타이타닉호는 기대만큼 견고하지 않았습니다. 방수 격벽이 존재했지만, 갑판 아래 구획 별로 구분된 것이 아닌 모든 구획이 연결된 구조였고, 호화로운 여행이란 콘셉트에 맞춰 내부 공간이 지나치게 크게 설계됐죠. 다량의 물이 유입될 경우 사실상 이를 차단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최고급 강철과 이음 못을 사용했음에도 조악한 제조기술 탓에 파손 속도가 빨랐습니다. 당시 외신들은 특수기계를 이용해 이음새 부분을 연결하는 작업을 해야 했지만, 조립시간의 단축을 위해 사람이 직접 연철을 잇는 작업을 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침몰하는 상황은 영화와 같습니다. 갑판은 순식간으로 지옥으로 변했고, 승객들은 서로 탈출하기 위해 구명보트로 달려들었습니다. 항해사가 허공에 총을 쏜 영화 속 장면도 실제와 같았습니다. 일부 승객들은 탈출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조용히 배 위에서 마지막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승객들도 있었다는군요. 구명보트 외에 구명조끼가 있었지만 차가운 바닷속에서는 단 몇 분간의 생명 연장 도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은 공포를 순식간에 에워싸 평균 수명보다 더 일찍 죽음을 불러왔습니다. 한편 거대한 두 조각으로 분리된 선체가 가라앉을 때는 주변의 구명보트를 빨아들이는 소용돌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생존자들은 그때의 상황에 대해 “지옥 같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파도의 일렁임과 어둠만이 엄습한 바다 한가운데, 귀로 유입되는 것은 절규와 비명뿐이었다고 합니다. 눈에 형체마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배 위에 올라탔다는 안도감과 바로 앞에서 들리는 비명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상처와 정신적 고통을 안겨줬습니다. 구명보트에 오른 항해사와 승객들이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러 나섰을 땐 대부분 생명을 잃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선체 파편 인양작업은 1985년이 돼서야 진행됐습니다. 타이타닉 내부에서 발견한 시계가 침몰하기 20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죠. 시계를 발견한 사람들은 한동안 언론에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많은 목숨의 시간이 멈추기 전, 타이타닉호의 시간이 먼저 멎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우리에게도 멈춰진 시간이 있습니다. 남은 이들의 시간 역시 그날 이후 멈췄죠. 시간은 죽음으로 흐르지만, 삶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바닷속에 있는 이들이 하루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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