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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풍문으로 들었소, 회장님댁 ‘집사들’
뉴스종합| 2015-04-17 11:03
회장 사모님의 비서·집사
요리자격증 2~3개 도우미
초등교사 자격자까지…

역할 철저하게 세분화
대졸 정규직 못잖은 보수
4대보험에 아이 학비 지원도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 기자]텔마 하워드(Thelma Howard)는 월트 디즈니의 가사 도우미였다. 그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디즈니가(家)의 식사 준비와 월트의 두 딸을 돌보는 일을 맡았다. 그러나 그저 그런 회장님댁 ‘아줌마’는 아니었다. 그가 1994년 작고할 당시, 세상은 하워드의 자산 규모에 놀랐다. 그는 멀티 밀리어네어, 우리 돈으로 수십억원의 자산가였기 때문이다. 부호의 반열에 오른 것은, 그의 ‘돌봄’에 감복한 월트 디즈니와 그의 자녀들이 매년 크리스마스에 디즈니사의 주식을 보너스로 줬기 때문이다. 실제 디즈니가는 하워드와의 생활을 ‘(마법사 유모의 이야기 주인공인)메리 포핀스가 실제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하곤 했다.

재벌가의 경영활동을 돕는 스태프만이, ‘부호의 사람들’은 아니다. 사적 영역에서도 이들을 보필하는 ‘회장님댁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심복인지도 모른다. 드라마 속 재벌가 이야기에 비서나 운전기사, 가사도우미의 모습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풍문처럼 들리는 ‘회장님의 오른팔’에 대한 궁금증 때문 아닐까.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손꼽히는 국내 부호들의 집에는 대부분 5~10명 가량의 ‘회장님댁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택에서 함께 생활하는 입주 도우미를 중심으로 청소나 요리를 전담하는 가사도우미, 정원 등 주택 관리 및 경비 업무를 하는 근무자 1~3명, 가족 개개인의 운전기사 등만 따져봐도 어느 규모일지 가늠이 된다. 어린아이가 있을 경우, 일손을 돕는 이들은 이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실제 최근 모 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회장님댁 도우미들’ 역시 6명으로 밝혀진 바 있다.

여러 명이 함께 일을 하는 만큼 역할은 세분화돼 있다. 안살림을 도맡는 회장 사모님의 비서 겸 여성 집사 외에, 식사 등을 담당하는 입주 도우미가 있다. 또 세탁과 다림질외에 청소 담당 도우미도 따로 있다. 영아를 돌보는 이의 경우, 아침 저녁으로 육아를 돕되 요리나 청소 등 가사 노동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초등학교 교사 자격을 갖춘 이가 오기도 하고, 외국어 실력이 있는 도우미가 고용되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할 때는 육아 도우미도 동행한다. 운전기사 역시 회장을 보좌하는 수행기사와 회장 부인과 자녀들을 맡는 이 등 최소 2명 이상이 근무한다.

월트 디즈니처럼 주식을 보너스로 지급하진 않지만, 가장 밀접하게 보좌하는 이들인 만큼 처우는 대학졸업자인 정규직원 못지않다. 실제 계열사 직원으로 소속돼 있기도 하다. 연봉과 복리 후생은 회사 연봉체계에 맞춰서 받고, 명절 때마다 성과급이나 보너스도 지급된다. 이때문에 4대 보험 보장뿐 아니라 건강검진이나 아이들 학비 지원도 이뤄진다. 호칭 역시 ‘과장님’ ‘부장님’ ‘이사님’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시장을 갈 때도 전용 차량이 제공돼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오랫동안 대기업 안살림을 도맡아한 총괄 도우미의 경우 월 700만원을 받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한 재계 오너는 이제 막 돌이 지난 손주를 위해 월급 300만원의 육아도우미를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그 오너가의 며느리가 명절 때에도 남편과 함께 백화점 명품관에 모습을 드러내 세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운전기사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주로 모시는 회장이나 대기업 임원을 ‘대장’이라 부르는 수행 기사들 가운데는 10년 이상 근무해 1억원에 가까운 고액연봉을 받는 이도 여럿이다. 횡령ㆍ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A 회장의 경우 자택에 집사와 가정부 등 관리자 8명을 두고, 이들의 급여를 위장계열사를 통해 수십억원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채용조건은 까다롭다. 반찬 몇가지로는 요리 도우미를 할 수 없고 한식과 양식, 일식 등에 능해야 부엌에 설 수 있다. 집안에 들이는 사람인 만큼 ‘믿을 만한 사람의 소개나 추천’도 필수다.

업무량도 많다. 집안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여러 명이지만 그만큼 살림 규모도 클 뿐만 아니라, 손님을 치르는 일도 잦아 체력관리도 필요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벌가 도우미의 경우 집안에서 있었던 일을 밖에 나가 발설할 수도 있기 때문에 채용 조건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고, 주변의 평판도 중요하다”면서 “조건이 좋아보이지만, 여러 명의 도우미가 한 집에 함께 있다보니 서로 견제기능도 있어 스트레스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집안을 드나드는 사람이 많으면 뒷말도 많은 법.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도우미 규모를 최소화한 부호들도 있다. 30대 그룹 총수중 하나인 P모 회장은 한국인 입주 가사도우미 한 명과 집 관리와 경비 역할을 하는 남성 2명에게서만 도움을 받고 있다. 손님을 치를 때면 그때마다 압구정과 한남동 등에서 유명한 요리사를 불러 접대하는 식이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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