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정의화 의장의 법안 발의에 대하여
뉴스종합| 2015-04-20 10:17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은 지난 16일 ‘인성함양진흥재단법’ 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작년 5월 26일 과도한 경쟁과 입시 위주 교육으로 피폐해져 가는 학교를 인성교육 강화를 통해 바로잡기 위해 발의한 ‘인성교육진흥법’이 그해 12월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께 따라, 오는 7월 21일 시행을 앞두고 사업의 내실화를 위한 부속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인성함양진흥재단법’은 ‘인성함양진흥재단’을 설립함으로써 시민사회의 인성운동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한편 이에 필요한 재원 조성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범국민적 인성운동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 의장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에 있다”며 “물질 중심의 현대사회에서 잊고 살았던 정신적 가치를 되살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의 법안 발의는 이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국회의장이 우리 사회 밝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새 트렌드를 만드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앞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2011년 7월 건국이후 57년 만에 현직 국회의장으로 법안을 발의해 화제를 모았다. 1954년 12월 이기붕 국회의장이 자유당 정권을 보다 공고히 할 목적 등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처음이었다.

박 전의장은 환경과학, 해양과학 전문가 양성을 내용으로 하는 한국녹색과학기술원법, 한국해양과학기술원법 등 2건을 발의했다. 하지만 뒷말이 있었다. 의장 임기만료 5개월을 앞두고 본회의를 통과한 해양과학기술원법은 기술원의 주요 시설이 서남해안쪽은 배제되고 경남ㆍ북에 집중돼 자신의 연고지에 족적을 남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고, 미래를 위해 더욱 중요하다고 여겨지던 녹색과학기술원법은 이렇다 할 심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후 2013년 11월4일 강창희 당시 국회의장이 ‘동일임금의 날 제정’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의장 직속의 ‘여성ㆍ아동 미래비전 자문위원회’의 결과보고를 기초로 만든 것이다. OECD 기준 39%에 달하는 심각한 성별임금격차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정책적 해결의지를 모으기 위해 동일임금의 날을 기념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안이름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었다. 하지만 이 법은 소관 상임위에 17개월째 계류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임금에서의 성차별 문제만이 아니라 경력단절과 여성 비정규직 등 저임금의 구조적인 원인도 종합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다분히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법을 뒷받침하기 위한 보고서가 1447쪽이나 달하지만, 쟁점 곳곳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선언’적 법안으로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평가이다.

지금까지 국회의장의 법안 발의는 취지문에 나타난 좋은 뜻과 미사여구(美辭麗句)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이라는 등의 몇 가지 뒷말을 낳았다.

정 의장의 인성교육법안은 핵심법률에 부속법안까지 붙여지는 짜임새를 보인다. 다만 인성교육을 가로막는 ‘난맥상ㆍ복마전 투성이 입시시스템’의 변화없이 현실적으로 인성 중심의 교육 문화를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학생, 학부모, 삼촌, 할머니 남녀노소 모두가 바라는 ‘인성이 숨쉬는 사회’라는 좋은 뜻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와 교실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후속 조치와 부속법안, 관련법안이 더 있어야 한다.

아울러 입시에 전력투구 하지 않으면 평생 2류인생, B급인재로 취급받는 망국적인 학맥,학벌편견,정실고용,줄세우기 문화와 과도한 임금,복지 격차에도 정 의장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의장 외교나 하고, 주요정당 수뇌부와 밥이나 먹는 과거의 국회의장이 아니라, 이왕 정책에도 발을 디딘 ’신개념‘ 국회의장임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정 의장은 인성교육 하나 만큼은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인성 사회‘를 가로막는 관련 병폐 전반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최근 여의도 일각에서 나오는 “여당 출신인데 왜 여당 편 세게 안드냐”는 소인배들의 주장은 들은 척도 하지 말고. 국리민복의 정책과 합리적 조율에 진력하는 멋진 국회의장으로 소중한 잔여 임기를 써주기 바란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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