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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개혁 마지막 골든타임]“개혁의 과실을 고루 나누어야 성공”…독일 하르츠 개혁의 교훈
뉴스종합| 2015-04-27 15:01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 지난달 초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되면서 앞서 노동 시장 개혁을 이뤄낸 독일 슈뢰더 정부의 ’하르츠 개혁‘과 ’아젠다201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규직 일자리의 노동 유연화를 통해 시간제 일자리 등 틈새 고용을 늘리자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한 노동 개혁 방향과 일치했기 때문. 그러나 노동의 양과 질을 모두 획득하기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추진한 노사정 대타협은 저성과자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해고 가이드 라인’과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될 경우에 필요한 노조 동의요건을 완화하자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조항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결렬됐다. 노동계 측은 두 조항이 무분별한 해고의 길을 열어 준다고 보고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2003년 경제활동인구의 11.6%가 실업 수당을 받는 저성장, 고실업 상황을 타개한다는 명분 아래 ‘아젠다 2010’라는 노동시장 개혁을 입안했다. 폴크스바겐사 인사담당이사였던 페터 하르츠(Peter Hartz)를 위원장으로 한 하르츠 위원회는 하르츠 I에서 하르츠 IV까지 4단계 노동시장 개혁안을 내놨다.

이 개혁안은 실업 수당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는 실업자들에게 지원을 줄여 노동 의욕을 고취하는데 기본 목적을 뒀다. 이전에는 근로자가 실업상태가 되면 전 직장에서 받은 순소득의 67%를 고용기간 및 연령에 따라 최소 6개월에서 최장 32개월까지 실업급여를 지급받고, 실업부조로 소득 이후에는 57%를 무기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하르츠 개혁안은 실업급여를 ‘실업급여 I’과 ‘실업급여 II’로 재편해 개인의 재취업의지에 따라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일대 개편됐다. 

예컨대 주당 15시간 이상 일할 수 있는 자에 한해 이전 고용기간에 따라 최장 12개월 동안 실업급여 I 을 지급하도록 했다. 이후 실업급여Ⅱ를 지급받도록 했지만 과거 소득에 기초했던 종전의 실업부조와 달리 일괄 지급되도록 했다. 또 실업급여Ⅱ를 지급받으면 다른 사회부조를 받지 못하게 됐다.

이후 독일의 실업률은 빠르게 떨어졌다. 11%대였던 실업률은 2005년에는 7.5%, 2012년에는 5.5% 로 내려갔다. 산업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독일은 더이상 유럽의 병자가 아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하르츠 개혁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슈뢰더 총리의 인기는 갈수록 떨어져2005년 총선으로 기민당의 앙헬라 메르켈에게 총리직을 내줘야 했다. 개혁으로 고용이 증가했음에도 독일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개선되지 않아 대중의 반발이 컸기 때문 . 1인당 실질국내총생산(GDP)은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실업수당이 줄어들면서 이전에는 마음에 드는 노동자들이 과거보다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됐기 때문. 월 수익 400유로 이하인 미니잡(mini-job)과 800유로 이하의 미디잡(midi-job)이 확대됐다. 이들은 세금과 공적연금 납부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크게 물가가 높은 독일에서 질좋은 생활을 영위하긴 어렵다. 개혁의 과실은 불특정 다수에게 조금씩 돌아가지만 그 대가는 집중된 계층에게 명확히 체감됐다.

경제전문가집단인 VOX는 “하르츠 개혁은 성공적인 개혁이라고 하더라도 그 득실이 고르게 나누어지지 않는다면 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어느 상황에나 들어맞는 마법의 개혁은 없는 만큼 각국은 자신들의 기존 제도와 상황에 맞게 개혁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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