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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의 관심장 된 ‘핀테크 과정’…은행원들의 관심은 어디?
뉴스종합| 2015-04-28 09:29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여기저기서 핀테크(Fin-Tech), 핀테크 하는데 알리페이가 한국에 진출하면 우리 은행이 어떤 영향을 받는 건가요? 우리 부서는 무얼 준비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23~24일 한국금융연수원 별과 201호는 핀테크에 대한 은행권의 관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금융권 최대 화두로 떠오른 핀테크가 저성장에 빠진 금융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현장에선 기존 금융권이 국내외 IT 업계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했다.

양일간 열린 핀테크 강의에는 당초 30여명으로 기획됐지만 50여명이 넘는 인원이 몰릴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참석자들도 20대 일반 행원에서부터 50대 중견급 간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가장 많은 14명이 참석했으며, IT 관련 부서나 신사업부서 뿐 아니라 여신 및 수신, 자산관리 등 일반 업무 부서 인원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연수원 관계자는 “당초 30명 규모의 강의실이 배정됐지만 신청이 워낙 많이 몰려 5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로 바꿨다”며 이번 강의에 쏠린 은행원들의 높은 관심을 전했다.

강의는 ▷핀테크의 현황과 사례 ▷빅데이터의 활용 ▷핀테크와 정보보안 ▷핀테크 법규와 정책 등 네 가지 과정으로 진행됐다. 핀테크의 현황과 사례의 경우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가 된 것들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현자에서의 경험이 묻어나는 구체적이면서도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 참석자는 투자자가 P2P 플랫폼을 통해 차입자를 직접 찾아 대출해주는 P2P 대출 관련, “그동안 예금고객에게 예금을 받아 차입자에게 대출을 해주고 예대마진을 챙겨온 은행 먹거리를 빼앗아 가는 것 아니냐. 경영진이 대비해야 할 포인트가 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현재 P2P 대출 플랫폼은 단순히 대출 중계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투자자가 1억원을 대출하기로 결정하면 1000만원이 필요한 차입자 10명에게 10분의 1씩 나눠 대출해 리스크를 회피(hedging)한다. 게다가 이 대출채권을 유동화 채권으로 바꿔 다시 한번 위험도를 낮춰 투자자에게 10% 이상의 안정적 수익을 보장한다. 1%대의 저금리 시대에 은행 예금보다 훨씬 매력적인 투자처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자산 유동화 관련 법률에 따라 유동화를 담당할 법인을 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당장 P2P 대출이 은행권을 위협할 가능성은 적지만 금융시장이 전면 개방될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당국이 당장 개방을 선택하기보다 핀테크를 강조해 은행권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것도 이같은 우려 때문이다. 

고객이 충전한 현금 중 결제에 사용한 액수를 제외한 여유자금을 텐홍(天弘) 펀드로 투자해 이자를 주는 알리페이가 은행의 수신 역할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한 질문도 쏟아졌다. 단순히 점포 운영 비용을 아껴 금리 경쟁력만 앞세우던 미국 인터넷 은행이 줄줄이 도산한 것과 관련 “은행이 어떤 산업과 제휴해야 하나”는 질문이 나왔으며, 보험사나 증권, 이동통신사, 포털과 제휴해 고객 기반을 확보한 ‘재팬 넷 뱅크’ 등 일본 인터넷은행이 대안 모델로 제시되기도 했다.

둘째날 강의에선 핀테크가 실제 은행업무로 들어왔을 때 은행원들이 직접 마주칠 법적,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비콘(Beacon) 기술을 통해 고객의 거래 패턴이나 개인적 특징을 먼저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지 않냐”는 질문이 나온 것이 대표적인 예. 이 경우 금융관련 법규보다 정보통신 관련 법규에 의해 규제되므로 서비스의 기술적 설계가 중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객이 거래를 해지한 5년 이내 전자금융 거래 기록을 영구히 파기토록 한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에 대해서도 “백업파일을 보관한 스토리지를 웹과 물리적으로 차단하더라도 문제가 되냐”는 등 구체적인 질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세진 금융감독원 ITㆍ금융정보보호단 선임조사역은 “자연재해로 인한 데이터 손실을 복구해야 할 필요성 등 때문에 백업파일까지 파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핀테크의 편의성과 보안성 중 어디에 중점을 두고 감독이 이뤄지냐”는 질문에 대해서 한 선임조사역은 “비대면 통장 개설 등 보안과 관련된 이슈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편의성을 위해서 보안은 규제보다는 밑단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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