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K-푸드 프런티어]쎌바이오텍, 기술력 하나로 유산균 본고장까지 점령
뉴스종합| 2015-04-28 14:28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인간의 몸에는 약 120조~500조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세포의 수가 약 60조개인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몸의 진짜 주인은 미생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미생물을 어떻게 제어하는가에 따라 우리 몸의 건강 상태도 확연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메치니코프가 미생물의 일종인 유산균을 ‘생명연장’의 비결로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최근에야 유산균의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지만, 일찍이 그 중요성에 눈을 뜬 유럽에서는 한국의 한 기업을 오랫동안 주시하고 있었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전문기업 ‘쎌바이오텍’이다. 20여년 전 미생물학자인 정명준 대표가 유럽 유학 중 유산균에 흥미를 느껴 차린 이 회사는 어느덧 이 분야에서 크리스찬한센, 다니스코, 로셀, 모리나가 등과 함께 세계 5대 회사의 반열에 올라있다. 유산균 원료인 스타터부터 완제품까지 만들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회사이기도 하다.


<사진설명>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가 유럽 현지의 B2B 프로바이오틱스 바이어를 대상으로 듀오락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쎌바이오텍이 단기간에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술력에 있다. 특히 유산균이 강산성인 위산에 죽지 않도록 막아주고, 장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듀얼코팅’은 세계 어느 기업도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 기술이다.

김동익 수출팀 부장은 “다른 글로벌기업에서도 코팅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의학용 기제를 사용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거나, 장에서 코팅이 풀어지지 않아 유산균이 변으로 그냥 빠져 나가버리는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쎌바이오텍의 듀얼코팅 기술은 유산균이 위와 장에서 쥐락펴락하기 때문에 유산균의 장도달율이 높다”고 했다. 듀얼코팅 기술 개발을 위해 수년간의 연구를 거친 쎌바이오텍은 현재도 각 균주에 최적화된 코팅 기술을 찾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인의 신생아 분변이나 한국 전통 발효 식품 등에서 채취한 한국형 유산균이라는 점도 쎌바이오텍의 경쟁력이다. 강무성 경영기획실 과장은 한국형 유산균의 장점을 강한 생존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김치, 마늘 등 향신료를 많이 먹어왔기 때문에 몸 안에 있는 유산균도 향신료 자체의 항생 효과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며 “반면 향신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먹는 유럽인의 체내에 있는 유산균은 향신료에 약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인의 식습관도 맵거나 향신료가 많이 든 음식들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한국형 유산균이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형 유산균이 서양인보다 장 길이가 긴 한국인의 몸 속에서 배양됐다는 점도 강한 내성의 바탕이 된다.

쎌바이오텍이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원료와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나라는 총 44개국. 특히 크리스찬 한센, 다니스코 등 세계 1, 2위 기업이 있는 유산균의 본고장 덴마크에서 8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성과다. 



쎌바이오텍은 더 나아가 1년 전부터는 덴마크 수출을 ODM 방식에서 자체 브랜드 ‘듀오락’을 걸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어서 출시 10개월만에 현지 점유율 15%를 넘겼다. 쎌바이오텍은 올해 안에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덴마크에서의 성공을 본 주변국에서도 속속 판매를 제안하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산도스와 손을 잡고 지난 2월부터 진출한 핀란드 시장이 대표적이다. 김 과장은 “산도스가 처음 제안해 왔을 때는 산도스 브랜드를 달고 출시하자고 했지만, 우리가 듀오락 브랜드를 달고 출시하자고 역으로 제안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며 “싱가포르와 스페인도 듀오락 브랜드로 이번달부터 납품이 시작된다”고 했다.

쎌바이오텍은 국내, 해외를 불문하고 약국, 병원과 자체 쇼핑몰 정도로만 판매 채널을 한정하고 있다. 유산균이 기능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처방에 의해 판매되는 것이 옳다는 고집에서다. 김 부장은 “해외에서도 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를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오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다”며 “홈쇼핑 등을 통한 대량 판매는 수지를 맞추기 위해 효능을 알 수 없는 저가의 유산균을 섞어야 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했다. 이미 한번씩 유행을 타고 사라져 버린 수많은 건강기능식품과 같은 노선을 밟을 수 없다는 것이다.

판매 채널을 한정한 결과 쎌바이오텍은 해마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쎌바이오텍의 매출은 407억원, 영업이익은 129억원으로 30%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김 부장은 “이익은 연구개발에 투자된다”며 “유산균을 기초로 한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했다. 신사업 중 현재 가시화된 것 중 하나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이용한 여드름 치료용 화장품이다. 현재 핀란드에서 판매가 되고 있으며 조만간 한국에서도 출시될 예정이다.

인간이 유산균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이 적은 만큼, 유산균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단순히 설사, 변비 등 장 질환에 좋다는 것을 넘어 암이나 아토피 등 난치병, 심지어 ADHD나 자폐증 같은 정신질환에 대한 효능을 연구하는 이들도 있다. 쎌바이오텍이 100년, 200년 후를 바라보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 허튼 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김 부장은 “앞으로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 웰빙을 넘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웰다잉’의 가치가 부각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프로바이오틱스는 그런 트렌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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